제948장

상의를 마친 그날 저녁 일행은 출발할 준비를 했다. 섬에는 총 352대의 카메라가 있었다. 서정희는 진작 데이터를 수집해 놓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고 뒷산 아래 해안선까지 쉽게 갔다. 바닷바람이 불어오자 진아영은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이곳이 서정희가 시체를 매장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부해서 묻은 시신은 50구까지는 아니더라도 30구는 족히 되었다. 그래서 이 바람조차도 매우 이상하게 느껴졌다. 등에는 소름이 끼쳤다. 이런 이유로 다른 하인들은 뒷산을 오는 것도 꺼렸다. 그래서 도망치기 가장 편한 곳이기도 했다. 진아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왠지 네가 일부러 그랬다는 의심이 드네? 정희야, 예전보다 계산이 더 빠른 것 같아.” “너무 많이 실패했기에 이번만은 실패하고 싶지 않아.” “엄마, 우리 어디 가?” “양아버지 보고 싶다며? 양아버지 만나러 가는 거야.” 지한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아이는 매우 기뻐하며 그를 향해 달려갔다. “아버지! 보고 싶었어.” 해경은 바로 지한의 품을 파고들었다. 지한은 그를 가슴에 꼭 안았다. 아이가 많이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민경이도 따라와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지한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녀석을 부드럽게 품에 안았다. 진아영은 서정희의 팔꿈치를 툭 건드리며 물었다. “언제 밖에서 다른 남자를 만난 거야? 그것도 이렇게 비밀리에… 설마 외부에 노출하면 안 되는 그런 사람은 아니겠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경은 갑자기 손을 뻗어 지한의 가면을 벗기고 볼에 살짝 뽀뽀했다. “아버지...” 서정희는 처음으로 지한의 얼굴을 봤다. 얼굴에 모반이나 상처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주 멀쩡했다. 입체적인 이목구비에 준수한 용모를 갖추고 있었다. 착각인지 모르지만 지한과 염정훈이 어딘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한은 재빨리 가면을 썼다. “갑시다. 괜히 눈에 띄겠어요.” 서정희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아마도 너무 희미한 밤의 빛 때문에 착각했을 것이다. 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