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6장
차연준이 염정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섬도 네 꺼, 사람도 네 꺼, 네가 일부러 놓아준 게 아니라면 그들이 어떻게 도망가겠어?”
차연준은 바보가 아니었다. 일찍이 서정희에 대한 염정훈의 태도가 변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넌 못 속일 줄 알았어.” 염정훈도 부인하지 않았다.
“너희 둘 사이에 어떤 문제가 생겼든 나와 상관은 없지만 내 일에는 끼어들면 안 되지.” 차연준이 차갑게 내려다 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조용히 있던 백경택이 끼어들었다. “그만해. 너 같은 새끼는 이렇게 떨어져 봐야 네 진짜 마음을 들여다 보지. 정훈이 탓 할 일 아니야. 진아영이 원하지 않았다면 데리고 도망가려 해도 안 갔을 거야. 친구 탓하기 전에 네 행동이나 돌아보지 그래? 왜 그렇게 널 떠나려고 했는지.”
차연준이 털썩 주저앉았다. “왜? 그 많은 돈을 줬는데 왜 날 떠난 거야? 진아영 돈 좋아하잖아.”
“너 정말 바보야? 돈으로 진아영을 살 수 있었다면 그 사람은 널 진심으로 좋아한 게 아니지. 돈 버리고 널 떠났단 건 그만큼 널 사랑하게 되었단 건데 넌 그 사람을 장난감 취급이나 하니까 널 버리고 떠날 수 밖에 없었겠지.”
감정에 있어 보통 그 감정에 빠진 당사자보다는 옆에서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이 더 명확하게 볼 때가 많았다.
차연준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애초에 관계 시작할 때부터 우리 사이에 사랑은 없다고 얘기 끝났는데?”
속이 답답해진 염정훈이 일침을 날렸다. “만약 진아영이 그저 네 장난감 뿐이라면 넌 왜 장난감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 건데?”
“난…”
“누구나 장난감이 될 순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걸 아직도 모르겠어? 넌 진작 사랑에 빠졌는데 그걸 모르고 있었던 거야.”
“아냐. 난 사랑 아니야. 진아영은 그저 나에게 조금 특별한 사람일 뿐이야.”
“그래. 그렇다 치자. 그럼 왜 그동안 밥도 안 먹고 잠도 못 자고 진아영만 찾았는데? 여자 하나 때문에 친구랑 싸우기까지 하고.”
염정훈이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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