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8장
지한은 그녀가 무엇을 물어볼 지 아는 듯 했다. “물어보세요.”
“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어요. 그때 절 도와서 사람 찾는 걸 도왔던 건 섬 주민들을 봐서 였다면 그 뒤는요? 몰래 절 도와주고 아들딸까지 키워줬잖아요. 우릴 데리고 도망가 달라고 부탁했을 때조차도 지한 씨는 최선을 다해 도와줬잖아요. 친구도 가족도 아닌 저를 목숨까지 걸고 도운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지한의 손에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날카로운 칼이 들려 있었다. 서정희는 그의 무기를 처음 보았다.
지금의 지한은 신비롭고 날카로운 기운을 풍겼다.
“맞춰보세요. 제가 뭘 원해서 도왔는지.” 지한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특히 불빛 하나 없는 밤에 그와 단둘이 있으니 왠지 등골이 서늘했다.
“글쎄요. 하지만 이 세상에 이유 없는 공짜는 없다는 건 알아요. 얻은 게 있다면 내놓아야 하는 것도 있어요. 지한 씨, 대체 저한테 뭘 바래요?”
그를 만난 후 서정희는 2년 간 자신의 아이를 돌봐 준 대가로 돈을 주려고 했지만 지한이 받지 않았다.
“저 같은 사람은 하루가 지나면 하루 더 살았구나 하게 돼요. 인생사, 죽음, 이별… 이런 것들에는 진작 익숙해졌어요. 그때 뜻하지 않게 민이 할머니에게 구해져 섬에서 계속 생활하게 됐어요. 그러다 정희 씨가 섬에 나타나면서 섬도 점점 새로운 발전을 가져왔죠. 원래는 섬을 떠나 제가 선택한 길을 가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조직에서 당신과 관련된 오더를 발견하고는 당신을 구하게 된 거예요. 아이들은 어쩌다 구하게 됐어요. 지금은 그 사람들에게 쫓기는 신세지만 이젠 돌이킬 수 없어요.”
지한이 몸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 “왜 당신을 구했냐고요? 아마 당신에게서 삶의 가치를 보았기 때문인가. 고작 이런 이유라는 게 우습죠?”
서정희는 그가 사연이 있는 사람이란 것을 직감했다. “가족은 없어요?”
“가족? 그런 거 없어요.”
그에게서 느껴지던 외로움은 우연이 아니었나 보다.
“유일한 가족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전 이제 아무도 없어요.”
서정희는 지한에게서 끝없는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