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8장

안개가 자욱한 숲속, 커다란 뱀, 그리고 어린 소녀. 거대한 나무에서 빛줄기가 쏟아져 내려 어린 소녀를 비췄다. 그녀는 새하얀 피부에 예쁜 얼굴을 가졌으며 더욱 특별한 것은 눈이 초록색이었다는 것이다! 이목구비는 입체적이었고 유럽상이 뚜렷했다. 그녀는 고박한 옷을 입고 있으며 이상하게도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로 다녔다. 발목엔 여러가지 색의 비단실로 만든 발찌를 차고 있고 그 위에는 작은 방울들이 달려있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소녀가 이국적인 외모와는 달리 고박하고 신비로운 기질을 뿜어냈다. 커다란 뱀에 탄 그녀의 얼굴에는 또래의 유치함이 전혀 없고 오히려 뮤즈처럼 고귀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어깨에 내려앉은 빛줄기는 그녀를 더욱 신성하게 만들었다. 마치 소설 속 성녀 같았다. 그녀는 왜 여기에 있냐고 묻는듯 경계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원해인이 급하게 설명했다. “아가씨, 여기 중독된 사람이 있어 해독하기 위해 마을에 들어가야 하니 좀 봐주세요. 저희는 절대로 나쁜 의도가 없고 사람을 해치지도 않을 거예요.” 어린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뱀의 머리를 터치했다. 뱀은 즉시 뜻을 이해한듯 그녀를 데리고 염정훈쪽으로 왔다. 진상정은 말할 것도 없고, 진영마저 소름이 끼치고 식은 땀이 났다. 하지만 책임 때문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뱀이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커다란 그림채와 붉은 비닐은 더욱 공포감을 가지게 했다. 어린 소녀는 뛰어내려 염정훈의 옆으로 걸어갔다. 염정훈은 방호복에 단단히 싸여 있었고, 그녀는 고글을 통해 그의 굳게 담긴 두 눈만 볼 수 있었다. 진상정이 서둘러 염정훈의 옷을 조금 벗겨 몸에 퍼진 빨간 무늬를 보여주었다. “나인이란 독이예요. 시간은 하루밖에 남지 않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살 희망이 없어요. 아가씨, 제발 마을에 들어가게 해줘요. 나쁜 의도는 정말 없어요.” 여자 아이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뭇잎을 불면서 떠났다. 이상하게도 주변의 작은 뱀과 독물들도 서서히 사라졌다. 원해인이 웃으며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