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4장
특히 소희의 티 없이 맑은 두 눈은 십여 년 전 서정희를 처음 봤을 때하고 너무 닮았다. 당시 염정훈은 세상에 어떻게 눈동자가 이렇게 맑은 사람이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 생각은 그저 찰나에서 멈췄다.
이 세상에 닮은 사람은 많았다. 자신을 죽이려던 여인도 서정희와 닮은 외모를 가졌지 않은가.
게다가 딸 민경이도 이제는 대여섯 살쯤 되었을 거고, 서정희가 녹색 눈동자를 가진 아이를 낳았을 리가 없었다.
서정희가 너무 그리워서 착각했을 것이다.
염정훈은 자신의 얼굴에 괴이한 무늬가 생겨서 어린 아이가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온화한 표정을 지었다.
“소희야, 네가 아저씨를 구한 거지? 고마워.”
소희는 고개를 저었다. 작은 손은 여전히 염정훈을 부축이고 있었다. 자신이 손을 놓으면 염정훈이 넘어질까 봐 꽉 붙들고 있었다.
“말을 못하는 거야?”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염정훈은 그런 소희를 보면서 마음이 아파 얼굴을 쓰다듬었다.
“아저씨가 이곳을 떠나면 세계에서 가장 실력 있는 의료진들을 불러서 소희를 치료해줄게.”
마을 사람들이 해독에 능하다고는 하지만 말을 못하는 질환은 기기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소희가 대답이 없자, 염정훈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만약 소희 혼자서는 두려우면 엄마를 기다려서 엄마한테 말해. 아저씨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야. 아저씨가 죽더라도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소희를 치료하라고 할 거야.”
소희는 마음이 짠했다. 어떻게 염정훈의 말에 답해야 할지 몰랐다.
염정훈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제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가쁘게 쉬었다.
소희는 그런 염정훈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피를 더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염정훈은 소희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칼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소희의 손을 잡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소희야, 됐어. 네 피로 완화할 수는 있어도 해독은 안 될 거야. 그러니까 낭비하지 마.”
방금 전에 마신 소희의 피로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