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2장

서정희는 빠르게 약재를 준비했다.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냉정하고 결단력이 있으며, 스스로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소쿠리 마을에는 유독 약재가 많았다. 제숙은 자신의 의술을 모두 서정희에게 전수했고, 해독에 있어서 서정희는 천부가 뛰어났으며 이제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의사가 되었다. 그녀는 약재를 챙기고는 바로 산굴로 향했다. 산굴에 들어서자마자 한송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억지로 우는 모습은 아니었다. 한송이는 오랫동안 염정훈을 좋아했고, 가문을 따지면 두 사람은 천생연분이었다. 심지어 혈액형도 똑같았다. 서정희는 사뿐히 걸어 들어왔다. 한송이는 그녀의 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신의 선생님, 저의 혈액형이 오빠와 같아요. 만약 수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저의 피를 뽑아요. 오빠를 살릴 수만 있다면 뭐든 다 드릴 수 있어요.” 서정희는 담담하게 한송이를 보면서 말했다. “아무 소리 내지 말고 나가요. 필요할 때 부를 테니까.” “하지만......” 서정희는 다른 사람들을 쳐다봤다. 그러더니 진영을 짚으면서 말했다. “저 사람 외에는 다 나가요. 저를 방해하지 말고.” “네.” 한송이는 걱정되어 문어귀에서 계속해서 목을 빼들고 안을 지켜봤다. 소희는 한송이가 싫었다. 그래서 피리를 꺼내 불었다. 그러자 빨간 뱀이 나타나더니 산굴 앞에 똬리를 틀고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그 누구도 산굴 안을 향해 들여다 보지 못했다. 산굴에는 틈이 있어서, 햇빛과 달빛이 다 비춰 들어왔다. 이건 화산지대였고, 샘물이 작은 못을 형성했다. 주변에 기이한 화초들이 많이 자랐기에 못 자체에 약효가 있었다. 산굴에는 세 사람밖에 남지 않았고, 거기에는 흔히 사용하는 도구와 큰 나무욕조 하나가 있었다. 염정훈은 두 눈을 감은 채 모피 위에 누워 있었다. 심장의 움직임이 없었으면 시체라고 여겼을 것이다. 다행히 독이 심장으로 퍼지지 않아서 희망이 있었다. 욕조는 천 년 묵은 나무로 만든 것이어서 사람의 몸속 독소를 빼는 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