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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장

서정희도 결국 욱하고 말았다. “알았어요. 못 보여주겠다는 거죠? 보여주겠다는 사람은 많으니까 나중에 후회하지나 마시고요.” 말을 마친 서정희는 욕조 통 안에서 밖으로 나가려 했다. 여기에 계속 있다가는 열사로 죽을지도 모른다. 롱드레스를 입고 있던 서정희는 미끈하고 높은 욕조 안에서 나오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계단이 있는 쪽은 염정훈이 몸으로 막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는 도중 온몸이 흠뻑 젖은 서정희는 치마를 밟는 바람에 다시 욕조 안으로 미끄러 넘어졌다. “조심해요.” 염정훈이 저도 모르게 넘어지는 그녀를 덥석 받아 않았다. 가쁜 숨을 몰아쉰 서정희는 엉겁결에 본인의 목소리를 내뱉었다. “정희야!” 염정훈의 얼굴에 기쁨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서정희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염정훈의 가슴에 엎드려 있었고 부드러운 손바닥이 그의 단단한 가슴에 붙어 있었다. 더 무서운 것은 그녀를 잡아먹을 듯한 염정훈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서정희는 침착하게 말했다. “이 손 놓으세요.” 너무 낯선 그녀의 목소리에 염정훈은 어리둥절했다. 조금 전, 잘 못 들었단 말인가? 염정훈은 재빨리 손을 놓았다. 다른 여자를 서정희라고 착각하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실수다! “죄송합니다. 방금 잘 못 들은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대표님, 별일 없으면 이만...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때 진상정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정희는 염정훈의 품에 안긴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말 골치 아픈 일이 연속으로 생겼다. 이런 장면은 누가 봐도 이상한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서정희는 정색한 얼굴로 냉담하게 말했다. “이 사람 몸 상태 좀 체크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해코지를 할 거라 생각했는지 이렇게 저를 잡아끈 거고요. 조금만 늦었더라면 이 사람 손에 죽었을 거예요.” 다행히 단순한 진상정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고는 이내 달려와 말했다. “대표님, 생명의 은인에게 이러면 안 되죠. 안 그러면 제가 맨발로 뛰어나가 의사를 찾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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