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1장

서정희는 염정훈을 옆으로 겨우 밀치고 나서야 그의 몸 상태를 천천히 확인할 수 있었다. 청진기를 꺼내 심박 수도 확인했다. 그러자 염정훈이 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희야, 차가운 이것은 뭐야? 왜 꿈인데 이렇게 현실 같은 거야?” “쉿, 말하지 마.” 서정희는 설명하기 귀찮다. 심박 수를 확인한 후 눈동자 안까지 확인했다. 전혀 생기가 없는 그의 동공은 그 어떤 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저 일단 독소를 다 빼낸 후 밖으로 내보내 의료장비로 검사를 받게 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해독만 된다면 다른 장기들은 나중에 천천히 회복하면 된다. 염정훈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 이것이 설사 꿈일지라도 서정희를 1분이라도 더 오래 머물게 하고 싶었다. “엎드려.” “응.” 몸 상태를 자세히 확인해 보니 이틀간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나쁜 남자는 체질이 보통 사람보다 좋다. 그래서 매번 다친 후에도 자가 회복 능력이 매우 빨랐다. “됐어, 다시 제대로 누워.” 회복된 그의 모습에 서정희도 안도하며 염정훈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 그러나 이 동작 하나가 염정훈의 몸을 화끈 달아오르게 할 줄 몰랐다. “네가 검사를 마쳤으니 이제 내가 검사할 차례인가?” 염정훈은 몸을 뒤척이더니 바로 그녀를 자기 몸 아래로 눌렀다. 서정희는 두 손을 그의 가슴에 대고 밀치며 말했다. “뭐 하는 거야?” 염정훈은 다시 한번 뜨겁게 키스했다. “정희야, 그동안 한 번이라도 내 생각한 적 있어? 아주 잠깐이라도.” 서정희는 떠나던 날 굳건히 다짐했다. 평생 돌아보지 않을 거라고... 그를 구한 것은 단지 아이들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그와 화해하거나 다시 잘해볼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와는 더 이상 그 어떤 가능성도 없다. 그러니 더 차갑게 그를 대할 수밖에 없다. “아니, 생각한 적 없어. 당신을 떠난 후 너무 잘 지내고 있었어. 매일 너무 행복했고.” 그러자 염정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래서 지한이를 사랑하게 된 거야?” 이 생각만 하면 염정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