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6장
몸을 엎드려 손을 들어 소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착하지? 엄마 좀 쉴게.”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잔디밭에 엎드려 서정희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몇 마리의 작은 나비가 두 사람 주위를 날아다녔다. 카메라만 있었더라면 찍어 두고 싶을 정도로 한 폭의 그림처럼 정말 아름다웠다.
며칠을 꼬박 새운 서정희는 졸음이 쏟아져서 연못가에 엎드려 잠을 잤다. 긴 머리카락이 옆으로 축 늘어졌고 가면을 쓰지 않아 하얀 피부색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예전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순한 소희도 서정희를 방해하지 않고 근처에서 계속 약초를 캤다.
산에 사는 작은 동물들은 모두 녀석을 좋아했다. 심지어 사슴조차 녀석을 보면 순순히 엎드려 쓰다듬어 달라고 했으니 말이다.
이런 생활은 심플하면서도 행복했다.
한편 염정훈은 허약한 몸에 시력조차 회복되지 않아 이 낯선 환경이 그저 불편할 뿐이었다.
진영은 그를 데리고 방의 위치와 구조를 익혔다. 방은 별로 크지 않았고 심지어 가구들도 대나무로 되어 있었다. 창문을 열면 밖에서 새소리와 개울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태아 오빠, 천천히 움직여요. 이쪽은 테이블이에요. 위에 물이 있고요. 목이 마르면...”
한송이가 부축하려 하자 염정훈은 바로 손을 뿌리쳤다.
“한송이 씨,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고 했을 텐데... 사람 시켜서 데려다줄게요.”
“하지만 지한 오빠, 나...”
염정훈은 진영과 진상정을 나가라고 손을 내저었다.
방에 두 사람만 남게 되자 염정훈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한송이 씨, 이미 결혼할 나이예요. 빨리 밖으로 나가길 바라요. 나 같은 사람 보지 마시고요. 3년 전에 이미 말했잖아요. 나는 마음에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요. 이번 생에는 재혼 외에 그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요.”
“서정희는 진작에 오빠를 떠났어요. 오빠가 계속 찾고 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서정희 마음에 오빠가 있으면 왜 이렇게 오빠를 차갑게 거절하겠어요?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어요. 벌써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았을지도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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