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7장

한송이의 인생은 순풍에 돛 단 듯 모든 것이 순조로웠지만 유일하게 사랑만 그렇지 못했다. 염정훈이 그녀를 구한 그 순간부터 그녀는 커서 염정훈과 결혼하겠다고 맹세했다. 어릴 때부터 어느 곳에 있든 고생을 한 적이 없었고 모든 사람들은 그녀 앞에서 굽신거리며 그녀를 공손하게 대했다. 하늘의 별을 따달라고 해도 그녀에게 따주는 사람은 분명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서정희 같은 여자에게 뺨을 두 대나 맞다니! 의술을 좀 하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자기 발끝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못생긴 여자가! 냇가로 달려간 한송이는 맑은 강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무 세게 내리친 그 여자 때문에 얼굴이 분명 부었을 것이다! 오늘 맞은 두 따귀는 꼭 천 배 만 배로 돌려줄 것이다! 넋을 잃은 채 자기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한송이는 위험이 닥쳐오고 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진상정이 갑자기 그녀를 뒤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조심해요.” 한송이가 미처 반응도 하기 전에 물속에서 뱀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뱀은 큰 입을 벌리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그녀의 다리를 노리고 있었다. 깜짝 놀란 한송이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진상정이 없었다면 아마 분명 뱀에게 물렸을 것이다. “뱀, 뱀이야!” 한송이는 말을 더듬었다. 진상정은 총을 들어 그녀를 덮치려던 뱀을 쏴 죽였다. 그러자 피가 사방에 튀었다. 몇 방울이 한송이의 신발에 떨어졌다. 그녀의 신분상 염정훈과 임무를 수행하는 것 외에는 야외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염정훈과 함께 있을 때도 그저 남이 상해를 입으면 붕대나 감아주는 뒤 따라다니는 대원에 불과했다. 한송이의 신체조건은 남들보다 한참 뒤떨어졌다. 그래서 이런 위급한 상황이 있으면 바로 당황하고 전혀 침착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금 전 아슬아슬한 장면이 아직도 눈앞에 선히 남아 있었다. “송이 누나, 괜찮아요?” 진상정이 물었다. “괜, 괜찮아.” 괜찮을 리가 있겠는가? 한송이는 두 다리에 힘이 풀릴 지경이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