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9장

“응. 기억나. 사과하지 않으면 그러겠다고 했는데 한송이는 사과했어.” 진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송이가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생각해?” “그건 아니겠지. 그럼 진짜로 그 여자가 그런 것일까? 그럼 우리 이제 어떡해?” 진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건 일을 일으킨 사람이 할 수밖에 없어. 한송이더러 다시 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해야지.” 진영은 방으로 들어갔다. 몸이 허약한 염정훈은 누워 쉬느라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 진영은 방에 들어올 때마다 먼저 큰 소리로 한마디 하면서 자기가 누구인지 알렸다. “대표님, 접니다.” “알아.” 염정훈은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를 알아들었다. 사실 진영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연약한 사람은 아니다. “오늘 몸은 어때요?” 염정훈은 눈을 감고 미간을 찡그렸다. “별로 안 좋아. 머리가 너무 아파.” 염정훈 얼굴에 독이 핀 자국이 많이 옅어진 걸 보니 독소가 점점 줄어들고 기운이 더 차오르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일까? “잠깐만요, 의사 선생님 좀 부를게요.” “응.” 진영은 한송이의 말을 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약방으로 갔다. 지금 이 시간, 서정희는 의서를 읽으면서 약을 달이고 있었다. 한의학을 연구했을 뿐만 아니라 서양 의학도 꽤 많이 알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질병에 대해 독특한 치료 방법까지 가지고 있었다. 진영의 다급한 얼굴을 보니 분명 염정훈에게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점잖은 사람이 이렇게 당황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웬일이에요?” 그녀는 책에 책갈피를 끼워 덮은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표님이 좀 이상해요, 가서 좀 봐주셔야 할 것 같아요.” 진영이 미처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서정희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재촉했다. “그래요. 저기 약 좀 봐줘요. 다른 사람 가까이 오게 하지 마시고요.” 이곳은 자신의 아지트나 다름없었지만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염정훈의 독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 약을 바꾼다면 쉽게 사람을 죽일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