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6화 지친 마음

윤슬은 부시혁 위에 넘어져서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 다만 턱은 그의 단단한 등에 배겨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턱을 문지른 후 재빨리 그의 등에서 일어나 손을 뻗어 그를 끌어당겼다. "부시혁 씨, 괜찮아요? 다쳤어요?” "응?" 부시혁은 땅바닥에서 일어나 멍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윤슬은 눈썹을 치켜들었다. ‘그래, 이 사람은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아마 자기가 방금 넘어졌다는 것도 모르는 같다. 그런데 이 바보 같은 모습을 보니 어디 다치지는 않은 것 같다. 어쨌든 밑에 카펫이 있으니까. 윤슬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부시혁을 부축해 서재 입구로 향했다. 부시혁은 두 다리에 힘이 없어 몇 걸음 못 가고 자꾸 쓰러져 겨우 서재를 나와 그의 방 욕실로 왔다. 윤슬은 평생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후......" 윤슬은 숨을 내쉬더니 옆에 있는 남자에게 고개를 돌리며 "이걸 잡아요!" 그녀의 턱은 세면대를 가리켰다. 남자는 눈을 깜박거렸다. "뭐?" 윤슬은 눈을 부릅떴다. “손을 여기에 올려서 부축하라고요.” "손?" 부시혁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몇 초간 들여다보다가 밖으로 내밀어 세면대에 올렸다. 부시혁이 말대로 하는 것을 보고 윤슬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의 팔을 놓으려는데 갑자기 그의 손이 세면대에서 떨어지려 했다. 그 동작이 하도 빨라서 조금만 부주의하면 놓치기 쉽다. 윤슬은 입꼬리를 잡아당겼다. "부시혁 씨, 뭐 하는 거예요? 여기 전기라도 있어요?” "차가워." 부시혁이 얇은 입술을 오므리며 대답했다. 윤슬은 머리가 아팠다. "세면대가 차가운 건 알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어요? 이정도도 못 참아요? 그러고도 당신이 남자에요?“ "응." 부시혁은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윤슬은 씩 웃었다. "그래요, 대답은 빠르네요. 됐어요, 얼른 손을 다시 올려요.” "싫어, 차가워!"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올리려 하지 않았다. 윤슬은 눈을 질끈 감고 간신히 마음의 화를 가라앉혔다. ‘화내지 마, 화내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