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4화 고장 난 보일러
"알아요."
윤슬은 노부인의 뜻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인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윤슬아, 시혁이를 원망 안 해?"
"할머니도 그러셨잖아요. 그때의 시혁 씨 머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제가 설마 아픈 사람이랑 따지겠어요. 그리고 그가 원해서 그런 게 아니잖아요."
노부인이 경악했다.
"시혁이가 최면 당한 일을 알았어?"
"네, 알았어요. 시혁 씨가 알려줬어요. 그리고 임이한 씨한테 확인도 받았고요. 그래서 용서하기로 한 거예요. 안 그러면 이렇게 쉽게 넘어갈 리가 없죠."
윤슬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대답했다.
노부인이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윤슬아, 이젠 이 팔찌를 너에게 넘겨줄게. 비록 육 년이나 늦었지만 그래도 네 것이 돼서 다행이야. 그리고 이후에 너도 나처럼 며느리한테 물려줘."
"안 돼요, 할머니."
윤슬이 연신 고개를 흔들며 손사래를 쳤다.
"이 팔찌를 받을 수 없어요. 저랑 시혁 씨가 다시 사귀긴 했지만, 아직 결혼을 안 했어요. 부씨 가문의 며느리한테 주는 팔찌인데 저는 아직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받으면 안 돼요."
"아직 결혼은 안 했지만 난 너를 부씨 가문의 며느리라고 생각해. 넌 내 손자며느리야. 이것만큼은 한 번도 변한적이 없어. 아니면 시혁이랑 결혼할 생각이 없는 거야?"
노부인이 그녀를 주시하며 물었다.
윤슬은 입을 벌리더니 결국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
"결혼한 마음이 없는 게 아니면 시혁이랑 언젠간 결혼하겠다는 뜻이잖아. 그러니까 이 팔찌를 받아도 돼. 그저 조금 앞당겼을 뿐이야."
노부인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고 팔찌를 끼워주었다.
윤슬은 말릴 기회조차 없었다. 그녀가 발견했을 때 팔찌는 이미 자기 손목에 끼워져 있었다.
검푸른색의 팔찌는 별로 빛이 나지 않았고 조금 어두워 보였다.
하지만 세월이 남겨진 그런 기운은 다른 팔찌랑 비교가 안 되었다. 윤슬의 하얀 손목에 끼워지자 의외로 보기가 좋았다.
노부인은 윤슬의 손을 만지며 칭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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