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파티는 어색한 분위기에서 막을 내렸다. 체면이 바닥에 떨어진 것도 처음인데 수치심을 느끼게 한 장본인이 와이프였다. 성아린과 함께일 때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명문가 출신인 성아린은 행동거지가 우아할뿐더러 말을 잘해 어떤 장소에 데리고 가든 내조는 확실히 했고 지금처럼 웃음거리가 될 일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시기 주성 그룹이 진행하던 어려운 국제 협력 프로젝트가 있는데 상대측 담당자가 깐깐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고 기업 문화나 예술적인 안목, 그리고 대외 이미지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았다.
과거 이런 극한의 안목과 소통 스킬이 필요한 프로젝트는 대부분 성아린이 뒤에서 아이디어를 내주거나 앞에 나서서 직접 소통했고 두터운 예술적 소양과 우아한 친화력으로 어려운 문제도 척척 풀어헤쳐 갔다.
그러나 지금 프로젝트팀에서 올린 제안은 쓸 수 있는 게 없었고 지수아도 속에 든 게 없어 선물을 많이 주는 게 어떻겠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만 늘어놓았다.
배수혁은 별수 없이 직접 앞에 나서 교섭했지만 전에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답답함과 피곤함을 느꼈다.
깊은 밤, 피곤함 몸을 끌고 서재로 들어간 배수혁은 과거 성공적으로 진행했던 케이스를 참조해 보려고 컴퓨터를 열었다가 본의 아니게 잠겨있는 파일을 하나 열게 되었다. 안에는 성아린의 이니셜과 날짜가 적힌 파일들이 몇 개 보였다. 성아린이 배수혁을 위해 정리한 중요 프로젝트의 초안과 소통 기록들인데 그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백업해 뒀다.
배수혁은 그중 하나를 클릭했다.
열자마자 보인 건 성아린의 정갈한 손 글씨였다. 안에는 협력할 상대의 문화적 배경, 예술 기호, 잠재적인 우려가 적혀 있었는데 노직이 선명하고 분석이 정확했다. 이에 근거해 제기한 방안은 성의가 넘쳤고 글 하나하나에 깊은 통찰력과 재치가 보였다.
자료를 보고 있노라니 배수혁은 성아린이 그를 위해 밤새 자료를 찾으며 방안을 정리하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아 심장이 저릿하게 아팠다. 배수혁이 잃어버린 건 한마음 한뜻으로 그를 사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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