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처음부터 끝까지 신지환은 배수혁을 투명 인간 취급하며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성아린의 어깨를 감싸안은 신지환은 성아린을 품속에 보호하며 나란히 밖으로 걸어갔다.
그 자리에 얼어붙은 배수혁은 함께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배수혁은 본 적 없는 부드러운 미소를 신지환에게 지었다고 생각하니 누가 심장을 꽉 움켜쥐기라도 한 듯 너무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쾅.
손에 힘이 풀린 배수혁은 성아린의 환심을 사기 위해 준비했지만 이제는 웃음거리가 된 꽃을 그대로 놓쳐버리고 말았다. 분주히 돌아치는 스태프들이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밟고 지나가는 바람에 바닥은 흩뿌려진 꽃잎으로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볼품없이 변한 꽃잎은 마치 짓뭉개졌지만 여전히 포기하고 싶지 않은 배수혁의 뒤늦은 사랑과도 같았다.
감정에서 여러 번 좌절당한 배수혁은 모든 정력을 일에 쏟으며 사업의 성공으로 공허함과 좌절감을 몰아내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요한 기회가 차려졌다. 도심의 마지막 남은 부동산인 더 클라우드가 공개 입찰을 발표한 것이다. 위치가 완벽해 잠재력이 무한한 땅이라 여러 건설사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주성 그룹은 이 땅의 소유권을 따내기 위해 막대한 자원과 인원을 투여했고 배수혁이 직접 최정예 팀을 꾸려 입찰서를 갈고 닦았다. 그럼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이유는 주성의 제일 큰 경쟁상대로 신지환이 이끄는 시너스 그룹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력이 막상막하인 것도 모자라 생각해 낸 콘셉트도 큰 참신성을 띄고 있었다. 예술을 커머셜에 접목해 최상급 미술관과 생태 경관을 고급 쇼핑몰과 완벽히 어우러지게 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입찰 당일 분위기는 긴장감이 차 넘쳤다. 직접 팀을 이끌고 입찰에 참여한 배수혁은 주성이 제출한 방안이 시너스보다 현지 자원이든 시장 조사든 더 우세라고 생각해 자신감이 넘쳤다. 다만 심사위원회에서 입찰 결과를 발표한 순간 배수혁의 자신감 넘치는 웃음이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최종 낙찰받은 회사는 주성이 아닌 시너스였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