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4화

문 앞에 선 배수혁은 마침 성아린이 지수아의 뺨을 후려갈기는 장면을 목격했다. 순간 표정이 어두워진 배수혁이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단번에 성아린을 밀어냈다. 아이를 잃고 몸이 극도로 쇠약해진 성아린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비틀거리다 차가운 병에 쿵 하고 부딪히고 아파서 낮게 신음했다. “성아린. 뭐 하는 거야?” 배수혁이 지수아를 등 뒤로 감추며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수아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얼른 배수혁의 품에 안기며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모함하기 시작했다. “수혁아. 사모님 너무 뭐라하지 마... 다 내 잘못이야... 오는 게 아니었는데...” 배수혁은 지수아의 얼굴에 난 손자국을 보며 마음 아파하다가 분노에 찬 표정으로 성아린을 쏘아봤다. “성아린, 너 이 정도로 독한 사람이었어? 수아가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때리기까지 해?” 이성을 잃은 배수혁이 문 앞에 선 보디가드를 불렀다. “들어와.” 그 소리에 보디가드들이 우르르 들어오자 배수혁이 명령했다. “100대. 100대 채워. 수아가 당한 것의 10배는 받아내야지.” 지수아가 말리는 척했다. “안돼. 수혁아. 사모님 이제 막 아이를 잃었는데 그걸 어떻게 견뎌내...” 배수혁이 그런 지수아를 와락 끌어안으며 애정과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이렇게 착하니까 자꾸 당하는 거야. 오늘 본때를 보여줘야지.” “시작해.” 배수혁의 명령에 우르르 다가선 보디가드들이 성아린을 겹겹이 에워쌌다. 성아린은 멍한 표정으로 9년 동안 사랑한 남자가 다른 여자를 보듬어주는 걸 바라봤다. ‘전에는 나였는데, 이제는 아니네...’ 보디가드의 손이 얼굴에 떨어진 순간 성아린은 얼마 남지 않은 힘으로 마음속 깊이 묻어뒀던 아픔과 슬픔을 쏟아냈다. “배수혁. 잊었어? 우리 부모님 장례식에서 무릎 꿇고 맹세했잖아. 어떤 억울한 일도 당하지 않게 평생 보호해 주겠다고, 내가 너의 목숨줄이라고 하더니 다 잊은 거야?” 배수혁이 멈칫하더니 지수아를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알 수 없는 감정이 몰려와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 지수아에 대한 동정이 우위를 차지했다. 고개를 돌린 배수혁이 성아린을 바라보며 피곤하지만 차가운 눈빛으로 끝을 알리듯 이렇게 말했다. “기억해.” 배수혁이 잠깐 뜸을 들였다. 내뱉은 한마디 한마디가 성아린에게는 망치가 되어 마음을 힘껏 내리쳤다. “성아린, 너를 정말 사랑했어. 그리고 이제는 정말 사랑하지 않아.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수아야. 그런 사람을 다치게 했으니까 대가를 치러야지.” 배수혁은 이 말만 남기고 퀭한 성아린의 눈빛을 뒤로 한 채 지수아를 부축해 병실을 떠났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병실 문이 닫히며 떠나는 배수혁의 모습도 더는 보이지 않았다. 성아린을 살게 하던 불빛도 그렇게 서서히 꺼져 들어갔다. 찰싹. 따귀는 쉬지도 않고 따갑고 저릿하게 얼굴에 떨어졌다. 두번, 세번, 네번... 성아린은 묻지도, 몸부림치지도 않고 깨져버린 도자기 인형처럼 굴욕적인 순간을 감내했다. 그렇게 100개가 채워지자 9년간 꽉 채워왔던 사랑과 영원할 거라는 환상, 사랑에 대한 믿음까지 부서지고 말았다. 모든 게 끝나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성아린이 피를 왈칵 토해냈다. 바닥에 흩뿌려진 빨간 피를 본 순간 성아린은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은 그렇게 처량할 수가 없었다. ‘배수혁. 사람의 마음을 저버린 죄는 그 어떤 걸로도 용서받을 수 없어.’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