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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민세희는 10년 동안 강도윤을 개 부리듯 대했다. 그런데 그가 스무 살이 되던 날, 대담하게도 그녀의 침대 위로 올라온 것이다. 약을 탄 술 한 잔은 하룻밤의 몽롱한 밀회로 이어졌고 두 사람의 몸은 예상 밖으로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다음 날, 강성시는 발칵 뒤집혔다. 커튼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틈 사이로 찍힌 한 장의 사진이 연예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사진 속 민세희는 몽롱한 표정으로 목을 젖힌 채 있었고 남자는 크고 건장한 등으로 그녀를 완전히 감싸안고 있었다. 숨 막힐 듯 친밀하고 야릇한 두 사람의 모습은 사람들의 입에 끊임없이 오르내렸다. 분노한 민세희의 아버지 민제훈은 경호원을 보내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두 사람을 간신히 집으로 데려왔다. 서재에 들어서자마자 강도윤은 말없이 무릎을 꿇고 채찍을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격노한 민제훈은 그에게 무려 아흔아홉 대의 채찍을 내리쳤고 손바닥에 피가 흥건했지만 그는 신음 한 번 내지 않았다. 다음 날, 강도윤은 채 낫지 않은 상처를 이끌고 민씨 가문의 사당에 무릎을 꿇은 채 피로 경전을 베껴 쓰며 자신의 모든 재산을 낱낱이 적어 전부 바쳤다. 오직 한 가지를 얻기 위해서였는데 바로 민세희와 결혼이었다. 그날 밤은 절대 실수가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된 일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그는 그녀를 위해 목숨 건 위험 앞에 몸을 던졌고 그녀를 대신해 생사를 건 도박을 감수했으며 갈비뼈가 부러진 채 돌아와서도 그녀의 발치에 무릎 꿇고 앉아 상을 달라 애원했다. 그녀는 그의 손바닥에 씨를 뱉고 등을 발판 삼았으며 발끝으로 그의 어깨를 톡톡 건드리는 것이 최대의 칭찬이었다. 언제부터 선을 넘었는지 알 수 없게 된 그는 어느새 그녀 인생에 박힌 닻이 되었다. 보름 후, 민세희는 직접 카메라를 설치하고 성명을 발표했다. 붉은 입술에 가느다란 담배를 물고 카메라를 향해 나른하게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키우는 개와 침대를 같이 쓰는 게 뭐가 문제예요?” 그리고 금박 청첩장 999통을 손수 작성해 보냈다. 글씨는 당당하고 거침이 없었다. 마지막 청첩장을 민제훈의 서재 책상 위에 쾅 내려놓았고 그는 격렬하게 분노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결혼은 그렇게 결정되었다. 결혼식을 장식할 꽃을 고를 때, 강도윤은 꽃밭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치맛자락에 쉴 새 없이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수많은 꽃봉오리 속에서 극도의 기쁨을 느꼈다.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던 날, 그녀는 강도윤의 넥타이를 잡아당겨 먼저 키스했고 그의 뜨거운 크기는 마치 그녀를 위해 맞춰진 듯 매번 그녀를 통제할 수 없는 전율 속으로 밀어 넣었다. 결혼식 당일, 등 뒤의 대형 스크린이 갑자기 통제를 잃더니 정성껏 골라둔 웨딩 사진들이 순식간에 그녀의 은밀한 사진들로 바뀌어 버렸다. 침대에서, 부엌에서, 들판에서 다양한 자세와 각도로 찍힌 사진들이었다. 참석한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민세희가 얼마나 오만하고 고고한 사람인지, 강성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수천 명의 사람들 앞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이다. 민세희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강도윤을 바라봤다. 그 사진들을 가지고 있을 만한 사람은 오직 강도윤이었다. 그러나 강도윤은 태연하게 무대 위로 올라가 사회자의 마이크를 빼앗았다. “장인어른께서 딸을 시집보내면서 요구하시는 예물이 너무 과하더군요.” 그는 나른한 어조로 굳은 표정의 민세희를 힐끗 바라봤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아끼던 보물을 꺼내어 오백 원부터 경매에 부치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의 너그러운 참여 부탁드립니다. 최고가로 낙찰하신 분께는 민세희 아가씨의 독점 오디오 파일도 함께 드립니다.” 초대된 친구들은 예상했다는 듯 폭소를 터뜨렸다. “강도윤, 오늘 이 쇼를 하려고 10년 동안 참았던 거야? 널 응원하는 의미로 내가 천 원에 사줄게.” “민세희 아가씨가 고작 그 정도밖에 안 돼? 나는 2천 원!” “너무 성의 없잖아? 내가 최고가 부른다!” 민세희는 창백한 얼굴로 무대 아래 소동을 지켜보며 손톱을 손바닥에 깊게 박았다. 민제훈은 더는 참지 못하고 몇 걸음 만에 무대로 올라가 강도윤의 뺨을 후려쳤다. “짐승 같은 놈! 민씨 가문에서 널 10년이나 키워준 것도 모자라 딸까지 너에게 줬는데 고작 이런 식으로 보답하는 거야?” 늘 그에게 순종적이던 강도윤은 이번만큼은 민제훈의 손을 막아서며 비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민 대표님께서는 그간 저에게 남은 밥만 던져 주셨죠. 저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제가 고마워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요? 10년 전, 심수동 땅이 어떻게 민씨 가문 손에 들어갔는지, 제가 사람들 앞에서 다시 말씀드려야 할까요?” 연회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민제훈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고 그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그 반응은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는 비난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었고 민세희는 갑작스럽게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마음은 단숨에 심연 속으로 가라앉았다. 어릴 때부터 들어온 ‘강도윤의 부모님은 사고로 돌아가셨고 민씨 가문이 그를 거둬 보살펴줬다’라는 이야기는 이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그녀의 아버지는 민씨 가문의 사업을 위해 오랜 친구를 배신했고 악당에게 직접 밀고까지 했다. 강도윤의 부모를 비참하게 죽게 만들고 그를 집 잃은 아이로 만든 것이다. 강도윤은 창백해진 민세희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께 감사드려야겠네요. 아가씨가 먼저 결혼하자고, 혼인신고를 하자고 제안하지 않으셨다면 제가 어떻게 그렇게 순조롭게 민성 그룹의 실권을 얻을 수 있었겠어요? 신혼 선물... 만족하시나요?” 진실이 너무 무거웠던 탓인지, 민세희는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강도윤이 보여준 배려와 사랑에 너무 깊이 빠져 있었고 그의 모진 구석까지 모두 안아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이제야 모두 알게 되었다. 10년 동안 그가 보여준 애틋하던 눈빛, 목숨까지 바칠 듯하던 그의 맹세는 모두 복수를 위한 위장에 불과했다. 민제훈은 떨리는 손으로 강도윤을 가리키며 쉬어 버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더니 갑자기 쓰러졌다. “아빠!” 민세희는 깜짝 놀라 달려갔다. 장내는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강도윤도 냉담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손님들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민성 그룹이 그런 식으로 시작된 거였구나...” “인과응보지. 뿌린 대로 거두는 거야.” “오늘 같은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걸까? 남을 짓밟은 만큼 자기도 짓밟힐 거라는 걸 알아야지.”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바늘처럼 그녀의 귓속을 찔렀지만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휴대폰을 꺼내 응급 전화를 걸려 했지만 손이 너무 떨려 제대로 쥘 수조차 없었다. 위대하다고 존경스러웠던 아버지의 이미지는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고 그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아버지가 여기서 죽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아버지가 응급실로 옮겨진 후, 민세희는 간신히 수납 창구로 향했다. 하지만 충분한 잔액이 있던 블랙카드조차 결제되지 않았고, 가진 모든 카드를 바꿔가며 시도했지만 전부 잔액이 부족하거나, 이미 정지된 카드였거나 이용정지된 카드들뿐이었다. 은행 고객센터는 모든 계좌가 동결되었고 권한이 변경되었다고 말했다. 강도윤이 한 짓이 틀림없었다. 민세희는 차가운 벽에 기대앉아 엄청난 절망감에 휩싸였다. 카지노에서 하룻밤 몇 백억을 써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그녀가, 더러운 벽에 기대 전화번호를 반복해 누르고 있었다. 예전에 아첨하던 재벌 삼촌들은 지금은 말을 돌리며 피했다. “세희야, 삼촌이 안 도와주는 게 아니라... 저쪽에서 연락이 왔어. 알잖아...” 전화는 급히 끊겼다. 그녀는 배경음 뒤로 들려오는 노골적인 비웃음까지 들었다. “민세희도 오늘 같은 날이 있네?” 계속해서 사람들을 찾았지만 돌아온 건 더욱 직접적인 통화 종료뿐이었다. 결국, 예전에 그녀가 도와줬던 작은 회사 대표가 몰래 돈을 보내왔다. 금액은 많지 않았지만 메시지가 첨부되어 있었다. “아가씨, 다시는 강성시에 돌아오지 말고 떠나세요.” 그 돈으로는 아버지의 목숨을 구할 수 없었다. 임종 직전, 민제훈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마지막 힘을 짜내 말했다. “세희야... 그 녀석은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떠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손은 툭 떨어졌다. 민세희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고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렇게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것도 그녀의 결혼식 날에. 강도윤을 민씨 가문에 남기려고 했던 것도 그녀였고 그와 먼저 결혼하자고 했던 것도 그녀였다. 그녀는 직접 아버지를 죽게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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