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그날 이후, 그 DV 카메라는 강도윤의 유일한 위안이 되었다.
그는 회사 일을 모두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텅 비고 차갑기만 한 펜트하우스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안에 저장된 동영상들을 끝도 없이 반복 재생했다.
DV 카메라에는 민세희가 직접 찍은 영상뿐 아니라 강도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했던 영상도 몇 개 남아 있었다.
화면은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었고 시선은 언제나 그녀를 오래, 묵묵히 따라다녔다.
영상 속 민세희는 여전히 밝고 화려했다.
그는 거의 넋이 빠진 듯 화면만 응시했다.
“파도”라고 표시된 영상에는 개인 해변이 담겨 있었다.
민세희는 맨발로 모래사장을 달리다가 뒤돌아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외쳤다.
“강도윤! 뭐 해? 내려와!”
그 순간 화면이 툭 흔들렸다.
마치 그가 반사적으로 따라가려다 멈춘 듯한 흔들림이었다.
카메라는 끝까지 그녀의 뒷모습을 좇았다.
파도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 바람에 흩날리는 치맛자락, 석양 아래 허리를 숙여 조개껍데기를 들어 빛에 비춰보는 옆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황금빛 속에 잠긴 사람처럼 보였다.
“별빛”이라고 저장된 또 다른 영상은 어느 날 밤, 만찬 테라스에서 찍힌 것이었다.
술에 취한 그녀는 그의 몸에 기대 있었고 카메라는 그가 대충 들고 있어 각도가 낮았다.
그래서 화면에는 바닥에 끌리는 치맛자락과 가느다란 발목만 주로 담겨 있었다.
민세희의 목소리는 흐릿했고 술기운이 가득 묻어 있었다.
“강도윤, 나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그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나 업고 돌아가.”
“알겠어요.”
곧 화면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내 그의 어깨에 걸린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화면을 가득 채웠고 멀리 도시의 불빛들이 흐릿하게 번져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잠든 듯했고 숨소리는 고요하고 규칙적이었다.
영상의 마지막에는 아주 미세하게 새어 나오는 그의 한숨이 담겨 있었다.
표시조차 없는 영상도 하나 있었다. 화면은 온통 검었고 오직 소리만 존재했다.
먼저 잠결에 짜증 섞인 그녀의 웅얼거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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