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그는 갑자기 눈을 뜨고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금 피부에 스치던 그 따뜻한 감촉, 바로 곁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웃던 눈동자, 그 모든 게 꿈이었을까?
아니면 지금 이 끝없는 공허와 차가움이야말로 꿈이고 방금의 온기가 진짜 현실이었을까?
그는 도무지 분간할 수 없었다.
거대한 상실감과 고통이 다시 한번 그를 집어삼켰다.
그는 차라리 그녀가 있는 거짓된 꿈속에 영원히 잠들고 싶었다.
그녀가 없는 이 현실의 지옥을 더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강도윤은 떨리는 손으로 DV 캠코더를 켰다.
비록 영상일지라도 그는 그녀를 봐야 했다.
그 따뜻함과 설렘이 단순한 망상이 아니었음을, 그 꿈과 기억이 적어도 한순간은 진실이었음을 확인해야 했다.
그 조각을 붙잡는 것이 자신을 피투성이로 만들지라도 상관없었다.
그는 영상을 반복 재생했다. 꿈과 기억이 뒤섞인 경계 너머에서 그녀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였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점점 흐릿해져 갔다. 가끔 그는 텅 빈 소파를 향해 무심히 말을 걸었다.
“아가씨, 오늘 뭐 드시고 싶으세요?”
때로는 욕실 거울 속, 자신 뒤로 그녀가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녀는 늘 그랬듯 건조한 말투로 물 온도를 불평하며 그의 등을 손가락으로 쿡 찌르고 있었다.
“세희야...”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닿은 것은 차갑고 매끄러운 거울 표면뿐이었다.
순식간에 엄청난 괴리감이 그를 무너뜨렸고 그는 벽을 따라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 쥐었다.
어깨는 제어할 수 없이 떨렸다. 자신이 곧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칠지라도 그녀의 존재를 다시 느낄 수 있다면 그는 차라리 그 거짓된 따뜻함에 영원히 빠져들고 싶었다.
기나긴 밤, 강성시의 불빛은 한순간도 꺼지지 않았지만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가라앉은 폐허를 밝히지는 못했다.
그는 차가운 DV 캠코더를 품에 안고 그것만이 마지막 부유물인 듯 의지했다.
기억과 꿈의 해일 속에서 떠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며 점점 익사해 갔다.
시간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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