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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태아는 아직 형태도 갖추지 못한 피비린내 나는 오물 덩어리에 불과했다. 민세희는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며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강도윤이 침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는 몇 걸음 만에 침대 곁으로 다가왔고 눈에는 선명한 핏줄이 서 있었다. “민세희!” 그는 이를 악문 채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내 아이는 어딨어?” 민세희는 천천히 눈을 뜨고 바싹 마른 입술을 억지로 끌어올려 미소를 지었다. “없어.” 두 글자는 가벼웠지만 날카로운 칼처럼 정확히 그의 가슴을 찔렀다. 강도윤은 갑자기 몸을 숙여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너한테 약을 준 게 누구야?” 민세희가 대답하기도 전에 문 앞에서 민소정이 울먹이며 말했다. “형부, 언니가 저한테 강요한 거예요. 약을 구해오지 않으면 제 얼굴을 망가뜨려서 강성시에서 못 살게 만들겠다고 했어요!” “닥쳐!” 강도윤이 날카롭게 꾸짖자 그의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 “민세희가 강요했다고 해서 진짜로 줘? 민소정,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민소정은 겁에 질려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그의 시선은 다시 민세희에게로 돌아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네 입으로 말해.” 민세희는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아주 희미한 기대가 뒤섞여 있었다. 무엇을 기대하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맞아. 약은 내가 강요해서 가져오게 한 거야. 네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고 이미 말했잖아.” 그 말이 끝나는 순간, 그의 눈에 남아 있던 마지막 희망까지 산산이 부서졌다. 분명 통쾌한 마음으로 뱉은 말이었다. 그런데 그의 눈에서 빛이 사라지는 것을 보자 민세희의 가슴은 죄어들 듯 아팠다.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오랜 침묵 끝에, 강도윤은 몸을 일으키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민세희, 이제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어.” 그 말을 남기고 그는 더 이상 그녀를 보지 않고 돌아섰다. 방문이 쾅 닫히며 바깥의 모든 소리가 차단되었다. 민세희는 차가운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몸에는 여전히 속이 텅 빈 듯한 둔한 통증이 남아 있었다. 유산의 후유증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알 수 없었다. ‘후회하냐고?’ 하지만 그녀는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길 위에 있었다. 그 후로 강도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민세희는 여전히 아파트에 연금된 채 생활했다. 도우미는 신문과 잡지를 가져왔다. 강도윤의 지시였다. 1면에는 강도윤이 민소정과 함께 만찬회에 참석한 사진이 실려 있었고 값비싼 맞춤 예복을 입은 민소정이 그의 팔을 다정하게 잡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그녀가 곁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신호였다. 연예 주간지들은 더 과장된 제목으로 떠들어댔다. 강 대표가 민소정을 위해 막대한 금액으로 희귀한 핑크 다이아몬드를 낙찰받았다는 기사였다. 사진 속 민소정은 손가락의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자랑하며 활짝 웃고 있었다. 유럽 여행을 함께하며 센느강을 나란히 걷는 장면, 최고급 레스토랑을 드나드는 모습까지 파파라치에게 포착되어 있었다. 강성시 언론은 온갖 기사로 ‘강도윤의 여자’를 띄워 올렸고 민세희는 이미 지나간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은근히 풍겼다. 민세희는 이것이 누가 꾸민 쇼인지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보여주기 위한, ‘너 말고도 다른 사람이 있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강도윤의 유치한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걸 신경 쓸 힘조차 없었다. 몸은 점점 쇠약해졌고 시든 꽃처럼 변해갔다. 병의 고통 때문인지 정신마저 흐려져 그녀는 강도윤을 자주 꿈꾸기 시작했다. 말없이 뒤를 따르며 모든 일을 처리해 주던 어린 시절의 소년이었다. 꿈은 지나치게 선명했고 깨어날 때면 늘 눈가가 젖어 있었다. 그녀는 문득 참을 수 없이 생각했다. ‘만약 아버지가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면, 만약 강도윤의 부모가 살아 있었다면, 그러면 이런 비극도 없었을까? 아주 조금이라도 다른 결말이 가능했을까?’ 생각이 스치는 순간 그녀는 억지로 그 가능성을 지워냈다. ‘만약’ 따위는 없다. 현실은 모든 가정을 무참히 짓밟았다. 정신이 흐릿해 낮과 밤도 구분하기 힘들던 어느 날, 택배가 도착했다. 서류봉투 안에는 이혼 합의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옆에는 민소정의 글씨로 적힌 쪽지가 붙어 있었다. [서명해. 체면이라고 남기고 싶으면.] 민세희는 한참 동안 협의서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웃었다. 그리고 펜을 들어 이름을 적었다. 한때 999통의 결혼식 초대장 위에 힘차게 적던 그 이름이, 이제는 이혼 합의서에 적혔다. 더 이상 그때처럼 힘 있는 글씨는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좋았다. 묘비에 ‘강도윤의 아내’로 새길 필요 없이 마지막까지 민세희로 남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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