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강도윤은 민세희를 보지 못한 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그가 열네 살에 그녀 곁으로 들어온 후, 10년 동안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예전에는 아무리 중요한 해외 일정이라도 무조건 72시간 이내로 압축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끈에 끌리듯 그녀 곁으로 돌아가야만 마음이 진정되었다.
이번 여행은 달랐다. 그는 일부러 일정을 길게 잡았고 심지어 민소정을 데리고 다니며 민세희를 화나게 해보겠다는 유치한 복수심에 가까운 계획까지 세웠다.
민소정은 그의 팔에 매달려 성곽과 갤러리를 밝게 오가며 웃었지만 강도윤의 귀에는 시끄러운 소리만 가득했고 눈앞의 화려한 풍경도 회색빛으로 바래 보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민세희의 창백한 얼굴과 그녀가 내뱉은 말이 끊임없이 울렸다.
“강도윤, 나는 네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
그 문장은 둔기에 맞은 듯한 고통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억누르지 못하고 계속 생각했다.
‘유산하고 몸은 괜찮을까? 제대로 챙겨 먹고 있을까? 혹시... 나를 그리워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러나 또 하나의 초조함이 깊은 곳에서 꿈틀거렸다.
‘왜 단 한 통의 전화도 하지 않을까?’
너무 이상했다. 예전의 민세희는 결코 이러지 않았다.
그는 민세희가 싫어할까 봐 다른 사람을 보는 시선조차 조심하던 사람이었다. 언젠가 그녀는 말했다.
“강도윤, 기억해. 네 시간, 매 순간 매초가 전부 내 거야.”
그 말에 그는 카펫 위에 무릎 꿇은 채 벌받으면서도 어딘가 은밀한 기쁨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그와 민소정이 유럽을 함께 여행한다는 뉴스가 도배되었을 텐데도 민세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죽은 듯한 침묵은 오히려 그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예상했던 폭풍은 오지 않았고 대신 발을 헛디딘 듯한 허망함만 남았다.
호텔 창가에 선 그는 화면 속 밝게 웃는 얼굴을 바라보다가 휴대폰 화면이 꺼지는 순간 짧은 꿈에서 깨어난 듯 웃음은 사라졌다.
그는 스스로가 우스워졌다.
그가 짠 모든 계획, 모든 책략은 민세희 앞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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