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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장

안연희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안소희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어리둥절했다. 두 사람은 동시에 발걸음을 멈췄다. 안소희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양복을 입고 온몸에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나영재와 그 옆에 서 있는 대범한 스타일의 하세연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난번 하세연이 연락을 주지 않았다면 안소희는 우기가 연청원때문에 병원에 갔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상황을 지켜보던 안연희가 작은 목소리로 안소희의 귓가에 속삭였다. "언니, 아는 사이야?" "응. 만난 적 있어." 안소희는 평온한 표정이었다. "여기서 만나게 될 줄 몰랐어요." 하세연이 가까이 다가왔다. "우기 씨는 괜찮죠?" 안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지내요." "다행이네요."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연희는 생각을 숨길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세연이 나영재와 함께 다가온 이후로 안연희는 두 사람이 언제 이렇게 사이가 가까워졌는지 궁금해 번갈아 쳐다보았다. 하세연이 하경그룹 대표인 하세훈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나영재가 이렇게 빨리 다른 사람을 만날 줄은 몰랐다. "오해하지 마세요. 나영재 씨는 할아버지가 시켜서 저랑 같이 쇼핑해 주고 있는 것뿐이에요." 시원시원한 성격의 하세연은 다른 사람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설명을 마친 하세연은 나영재를 바라보며 선을 그었다. "나영재 씨, 저는 소희 씨와 같이 쇼핑하면 되니까 다른 일 보러 가셔도 돼요." "괜찮아요." 나영재는 안소희를 본 순간부터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담담하게 대답했다. "안 바빠요." 하세연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얼굴에는 약간의 당혹감이 서렸다. 나영재가 마음에 둔 사람이 안소희라는 것을 하세연은 잘 알고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하세연은 나영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줘요.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나영재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네." 하세연이 자리를 떠나고 자리에는 안소희를 비롯한 세 사람이 남게 되었다. "동생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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