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0장
나영재의 말에 전화기 너머에서 침묵이 감돌았다.
"소희와 할 말 있으니까 스피커폰으로 돌려." 곧장 입을 연 나 회장은 목적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나영재는 스피커폰으로 돌렸다. "됐어요."
안소희를 힐끔 바라본 안연희는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나 회장는 목청이 컸는데 매번 안소희를 부를 때마다 말투가 다정했다. "소희니?"
"할아버지." 안소희는 호칭까지 바꾸었다.
나영재는 안소희를 바라보며 핸드폰을 쥐고 있는 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을 주었다.
나 회장은 호칭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안소희는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묻고 싶은 일이 있는데 지금 시간 괜찮아?"
"괜찮아요."
"아직도 영재 놈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
나 회장의 말에
나영재와 안연희의 시선이 동시에 안소희에게 향했다. 두 사람은 안소희의 대답을 기다렸다.
한동안 대답을 머뭇거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나 회장의 말이 끝나고 곧바로 안소희가 대답했다. "아니요, 좋아하지 않아요."
안소희의 대답은 거대한 바위가 되어 나영재의 마음을 짓눌렀다. 호흡마저 멈추는 기분이었다.
나영재는 얼마나 자신이 싫으면 안소희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런 대답을 내뱉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이야?" 나 회장이 다시 한번 물었다.
"네, 진심이에요."
"네가 정말 좋아하는 마음이 없다면 영재를 정략결혼 시킬 생각이다." 나 회장은 나영재에 대한 불만을 담아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최근 친구들이 이 일에 관해 물어서 말이야."
안소희는 별다른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저 상관하지 말고 알아서 하시면 돼요."
"네가 아직 영재에게 마음이 있다면 어떻게든 남겨둬야지." 나 회장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길이 없었다. "네가 마음이 없다니, 마지막 가치까지 쥐어짜낼 수밖에 없지."
안소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나영재는 슬며시 눈살을 찌푸렸다. "할아버지, 다 들려요."
"다 사실인데 네놈이 들으면 어때서." 나 회장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소희를 다시 데려오지 못하면 얌전히 정략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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