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장

안소희는 미소 지으며 안연희의 손을 톡톡 두르리며 말했다. "그냥 엄마 생각이 조금 나서 그래." 그녀의 기억 속에서 어려서부터 엄마 아빠의 사이는 아주 좋았다. 큰 소리로 싸우기는커녕 작은 다툼을 하는 것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아빠는 진짜 엄마를 사랑했을까?' 한 시간 뒤, 두 사람은 집에 도착했다.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안재명은 여전히 거실에 있었다. 그녀들이 돌아온 것을 보고 안재명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희야." 안소희는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거리감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듯했다. 그녀의 말투에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죠?" "얘기 좀 할 수 있어?" "언니..." 안연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먼저 올라가." 안소희는 두 사람의 얘기를 안연희가 듣는 걸 원치 않았다. 안재명의 물음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셈이다. 안소희는 슬픈 일은 자신이 다 책임지고 안연희는 걱정거리 없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했다. 안연희는 주저하다 위층으로 올라갔다. 언니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올라가자, 거실에는 안소희와 안재명 두 사람만 남았다. 바깥은 이미 어두워졌고, 밝은 조명이 거실을 밝혔으나 안소희의 마음속 어두운 곳은 밝히지 못했다. 안재명은 머뭇거리며 몇 번이고 말을 꺼내려 했지만 결국 입을 열지 못했다.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안소희가 먼저 침묵을 깼다. 안재명도 죄책감에 마음이 아팠다. "말해 봐." "엄마를 진심으로 사랑하셨어요?" 안소희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더 이상 숨기지 말고 진실을 말해달라는 뜻이었다. 안재명은 순간 온몸이 굳어졌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소희가 다 알고 있어.' 안소희는 그의 표정을 보니 대충 짐작이 갔다. "대답하기 어려워요?" 그러자 안재명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소희야..." "그러면 그렇다고 아니면 아니라고 대답만 하시면 돼요." 안소희는 애써 침착하려고 노력했다. "너희 엄마랑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