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7장

어쩐지 엄마가 살아계실 때, 한 번도 그녀들에게 아빠처럼 부드럽고 자상한 사람과 결혼하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다 가짜이기 때문이다. 모두 다 연기이다. "그 여자는 회장님한테 어떤 사람이에요?" 안소희는 모든 감정을 숨기고 가벼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말에, 안재명은 침묵하며 그녀의 옆에 앉았다. 이후 30분 동안, 안재명은 당시의 일들을 모두 그녀에게 얘기해줬다. 그와 그녀의 엄마가 어떻게 결혼했는지, 그와 기예은의 관계는 어떤지. 모든 이야기를 들은 안소희는 큰 돌이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눈에는 여전히 "소희야." "그 여자랑 혼인신고를 하고 싶으면 하면 하세요. 하지만 저랑 연희한테 엄마는 한 사람뿐이에요." 그녀는 말하고 거실을 떠났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그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아빠의 첫사랑은 기예은이고, 두 사람이 열렬히 사랑하던 중에 할아버지에 의해 강제로 헤어지게 되었고, 그 후 정략결혼 상대가 엄마였다는 것을. 엄마도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할아버지의 강압에 버틸 수 없었다. 그 시대에 부모의 말은 거역할 수 없었다. 엄마 아빠는 각자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할아버지의 강압을 이길 수 없어 결국엔 정략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 후 두 사람은 서로 존중하는 삶을 살았고, 두 사람 모두 각자 좋아하는 사람을 마음에 품은 채 이혼할 때까지만 버틸 생각으로 살았다. 그러나 결과는 그들의 상상과는 많이 달랐다. 이혼은커녕, 결혼 3년 만에 아이가 생긴 것이다. 아이가 생긴 뒤, 두 사람은 함께 아이를 잘 키우기로 했다. 그들은 딸이 자신들처럼 정략결혼을 하는 삶이 아닌 진정 행복한 환경에서 살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키웠다. 그리고 아빠와 기예은은... 3년 전, 기예은은 가정폭력을 당했고, 절망에 빠진 그녀가 우연히 아빠를 보게 되었고, 아빠에게 연락해 자신을 구해주길 바란다고 했다고 한다. 아빠는 그녀가 변호사를 찾는 것을 도와주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