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5장

이 말에 재현과 희연의 시선은 모두 안소희에게 떨어졌다. 하지만 안소희는 표정에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녀는 아마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런 티도 내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저 사람일 수도 있어요.” 허가윤은 손가락으로 안소희 옆에 있는 희연을 가리켰다. “그래도 만약 아니라고 생각하면 저 일수도 있고요.” 그러자 재현은 피식 웃었다. “보아하니 정말 네 동생을 영영 보고싶지 않은 모양이군.” “전 이미 말했어요.” 허가윤이 대답했다. “믿지 않은 건 당신이에요.” 재현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재현과 실랑이를 벌이는 그녀는 어느새 마음속의 두려움이 모두 사라진 것 같았다. “전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을 누군지 어떻게 말하라는 거예요? 차라리 저도 같이 죽여주세요. 그러면 혹시 그 k 라는 사람이 저를 구해줄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게 죽고 싶어?” 재현은 말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허가윤의 턱을 움켜쥐었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건 당신이겠죠.” 허가윤이 말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지 왜 그렇게 화를 내?” 재현은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던 손을 풀어주고, 그녀를 살포시 품에 안았다. “내가 널 못 믿겠어?” 재현의 이런 태도 변화에도 허가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일찍이 재현이 변덕이 심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듯 화를 내다가도, 한순간 부드러운 말투로 총애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미친놈이었다. “네가 말만 잘 들으면 네 동생은 무사할 거야.” 재현은 허가윤의 머리카락을 넘기며 말했다. 그 손길에 허가윤의 몸은 미세하게 떨려오고,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안소희는 이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녀는 재현의 부드러움은 전부 거짓된 허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허가윤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는 건, 허가윤이 귀에 이어폰을 숨겨 놓은 건 아닌지 확인하려고 그런 것이었다. 재현은 정말 치밀하기 짝이 없었다. “허가윤.” 재현은 기분이 좋은지 말투가 들떠있었다. 허가윤은 그저 뼛속부터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