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5장

당시에 안소희가 갑자기 돌아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일도 없었고 그들도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소희 언니, 윤아야.” 문서현은 이전의 오만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로 두 사람을 불렀다. 안소희와 안연희도 기본적인 예의를 보이며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에 기예은은 전보다 더욱더 긴장했다. 그녀는 가끔 고작 20대의 어린 여자인 안소희의 카리스마가 왜 안재명보다도 강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매번 그녀만 있으면 자신의 감정과 마음이 제대로 숨겨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밥은 먹었어?” 기예은은 화제를 돌리며 진정하려 했다. “우선 밥부터 먹을까?” “걱정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우선 아버지와 이야기부터 나누시죠.” 안연희는 언니가 말하기 싫어하는 것을 알고는 자연스레 입을 열었다. “자기 집에 있으면서 밥 안 먹었으면 알아서 챙길 줄 아니까 볼일부터 보시죠.” 기 여사는 조금 민망해졌다. 안재명도 그녀가 괜한 소리 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시간이 늦었으니까 하고 싶은 말부터 하지 그래요.” 마지막 대화로부터 벌써 몇 개월이 지나있었다. 그동안 안소희와 안연희는 문서현과 기예은을 만난 적이 없었고 기 여사의 생일날에 두 사람이 떠나고 난 뒤 아버지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오늘은 최종 결정을 내리러 온 듯했다. “이 일은 우리 따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지난번 일로 인해 기예은은 안소희가 조금 꺼려졌다. “전 우리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안소희는 그 말에 자리를 떠나기 위해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안재명이 그보다 먼저 그녀를 막더니 진지하게 기예은에게 말했다. “소희와 연희는 제 딸이에요. 이 아이들 모르게 할 얘기는 없어요.” 기예은은 잠시 망설였고 문서현은 조용히 안소희를 흘깃 쳐다봤다. 따지고 보면 안소희가 돌아오면서 그들의 아름다웠던 생활과 양질의 인맥은 완전히 부서져 버려 화가 나고 그녀가 미워야 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미움의 감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