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0장

‘왜 이렇게 예민해진 거지?’ 진이준은 안소희 앞으로 다가와 자신의 따뜻하고 건조한 손바닥을 그녀의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전례없는 부드러움과 인내심이 담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왜 그런 말을 해?” “전…” 안소희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진이준의 호의를 의심했었다. 그녀는 행여 자신이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진이준이 알게되면 속상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설마 이 옷들은 전에 이곳에 살던 사람을 위해 준비했던 것인줄 알았던 거야?” 진이준은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렸다. 그는 조금 전 안소희의 말과 그녀의 반응을 통해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분이 나빴던 거야?” 안소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잠시 고개를 떨구었다. 감히 진이준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잠시 후, 진이준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한 번 가볍게 두드렸다. “바보.” 그런 진이준의 반응에 안소희는 살짝 의아했다. “아무래도 너를 고강도의 훈련을 시켜야 할 것 같네.” 진이준은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 종일 허튼 생각만 하겠어.” “죄송해요.” “뭐?” “제가 잘못했어요.” “입으로만 잘못했다고 하면 너무 성의없는 거 아니야?” 진이준은 안소희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내 침실로 가서 짐 정리를 하는 것 좀 도와주면 용서해 줄게.” “네?” “뭐하고 있어? 어서 안 가?” 그 말에 안소희는 가끔씩 뒤를 돌아보면서 순순히 진이준의 방으로 향했다. 안소희는 진이준이 자기 마음속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그런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이준이 그녀에게 잘해주면 잘해 줄 수록 그녀는 더욱 죄책감을 느꼈다. 천천히 걸어가는 안소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진이준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정말 바보 맞네.’ 잠시 후, 안소희는 캐리어의 짐을 전부 꺼내 진이준을 도와 짐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막 캐리어에서 짐을 전부 내려놓고 상황을 보고하려 몸을 돌리던 순간, 진이준이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 말았다. 진이준은 두 손으로 화장대를 붙잡고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