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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5장

”그렇다면, 사모님. 서류에 사인하세요.” 곽 비서가 옆에서 안소희를 설득했다. 그는 후에 두 사람을 도와 일을 처리해야 했다. “어쨌든 두 사람은 앞으로 가족이 될 사이니까, 누구의 명의든지 똑같습니다.” 만약 서로가 서로를 속인다면 당연히 이러면 안되겠지만, 진이준은 안소희를 굳게 믿고 있고 안소희도 진이준을 믿고 있었다. 때문에 누구의 명의든지 크게 상관이 없었다. “만약 사인하지 않으면 도망치고 싶은 거로 알게.” 진이준은 처음으로 안소희에게 강요했다. 그는 이 일을 끝까지 밀어붙이기로 결정했다. “…” 안소희는 입술을 꾹 오므리고 결국 서류에 서명했다. 사인을 한 후, 안소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제가 이 서류를 들고 도망갈까 봐 두렵지 않으세요?” “스님은 절을 두고 떠날 수 없지.” “떠날 수 있어요.” “그럼 네 아버지께 말씀드릴 거야.” “…” 안소희는 더 이상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겉으로는 진지해 보이는 진이준은 사실 알고보면 유치찬란한 사람이었다. “가서 수속을 밟도록 해.” 진이준은 곽 비서에게 그 서류 뭉치를 건네주었다. 이렇게 되면 이제 한 가지 소원을 이룬 셈이다. 이 모습에 곽 비서는 아주 큰 감명을 받았다. 서류를 들고 나간 후, 그는 갑자기 진이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건 그가 마음속으로 가장 묻고 싶은 질문 중 하나였다. [도련님, 지금 도련님 재산을 전부 예물로 사모님께 드렸는데 앞으로 이혼을 하신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설마 벌써 이혼하길 바라고 있는 거야?] 진이준이 물었다. 이런 비서를… 해고해야 하는 걸까? [전 도련님께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드리고 싶습니다. 남녀 사이의 감정은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도련님께서는 나중에 두 분 사이가 나빠져 행여 이혼하게 될까 봐 두렵지 않으신 겁니까?] 진이준은 이 문자를 묵묵히 지켜보며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렸다.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에 부드러움이 섞여있었다. 그는 휴대폰 키보드를 누르더니 그의 메시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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