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7장
“오랜만이야.”
안소희도 자연스럽게 그에게 말을 건넸다.
나영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마음속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거두기 싫은 시선을 거두며 밖으로 나갔다.
서로 어깨를 스치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던 추억은 깨끗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이제 각자 갈 길을 가야한다.
“조금 전 그 사람, 나영재 씨 맞지?”
채민우는 행여 진이준이 들을까 봐 현지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그러자 현지는 담담하게 맞다고 대답했다.
순간, 채민우는 제일 먼저 진이준을 바라보았다.
전 남편과 현 남편의 격돌이라? 싸우지 않은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가자.”
진이준은 예전과 다름없이 안소희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안소희와 현지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틈을 타 채민우는 바로 진이준의 곁으로 와서 말을 걸었다.
“나한테 말해 봐. 아까 나영재를 만났을 때 솔직히 무슨 심정이었어?”
“네 생각은 어떤데?”
진이준이 되물었다.
“내가 어떻게 알아? 너도 아니고.”
채민우는 호기심이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말 돌리지 말고 빨리 말해.”
그러자 진이준은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너를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고 싶어.”
그 말에 채민우는 의아해했다.
“뭐?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와이프 전 남편과 싸우는 게 민망해서 지금 친구한테 화풀이하는 거야?’
“길을 걸을거면 똑바로 걸을 것이지 갑자기 왜 멈춰서는 거야?”
진이준의 시선은 채민우의 얼굴에 떨어졌다. 그의 말투는 한껏 위협적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너랑 나영재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는 줄 알겠네.”
“나도 내가 순간 걸음을 멈출 줄 몰랐어.”
채민우가 대답했다.
그때, 그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영재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발길을 멈춘 것 같았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을 뿐이다.
“왜? 기 죽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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