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화
다른 한편.
차동연은 고개를 숙인 채 작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
“꺼져!”
문틈으로 차건우의 분노와 살기가 가득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차동연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빠.”
차건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뻔뻔한 하지안이 다시 돌아온 줄 알았는데, 아들일 줄이야.
차건우는 감정을 추스르며 드물게 온화한 태도를 보였다.
“병원에 돌아가라고 했을 텐데, 어째서 다시 돌아온 거지?”
차동연이 답답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왜 재은이한테 골수 기증 안 해주시는 거예요?”
“어른들 일에 아이는 발언권이 없다.”
차동연은 흥분해서 반박했다.
“이건 저와 재은이의 약속이라고요! 제가 재은이를 꼭 낫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이제 겨우 맞는 골수를 찾아서 재은이가 드디어 살 수 있게 됐는데, 아빠는 왜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도 도와주지 않으세요?”
차건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나와 그 애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 내가 왜 그 애를 구해야 하지? 이게 도덕을 명분으로 한 강요라는 걸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나?”
차동연은 맑고 순수한 눈으로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채 아빠를 보았다.
“아빠, 재은이는 이제 겨우 네 살이에요. 애가 죽어가는 걸 정말 보고만 계실 거예요? 그냥 골수 조금만 주면 되는데, 왜 아빠는 그것도 주기 싫어하세요?”
말을 하는 동안 차동연의 눈에는 눈물이 계속 차올랐다.
차건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울긴 왜 울어? 사나이는 함부로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니다. 여자애 하나 때문에 질질 짜는 게 무슨 꼴이냐?”
도대체 그 어린 여자애에게 무슨 마력이 있는 건지, 늘 과묵하고 표정이 없어서 성격장애 진단까지 받은 차동연을 울고 떼쓰게 만들다니.
차동연이 말했다.
“재은이 때문에 우는 게 아니라 아빠 때문에 우는 거예요.”
차건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나 때문에?”
차동연이 말했다.
“아빠가 이기적이고 냉혈한 사람이 되는 게 싫어요. 제 마음속에 있는 아빠의 위대하고 완벽한 이미지가 깨지는 것도 싫고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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