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3화
하지안이 씁쓸하게 말했다.
“돈을 조금 더 드리면 결국 태워 주는 분이 있을 거예요.”
차건우의 표정이 단번에 굳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낮게 말했다.
“타.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하지안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온몸에 석회랑 시멘트가 들러붙어 있어서 거울로 보면 거의 유령 같았다.
차건우는 인내심이 완전히 사라졌고 말을 더 섞을 생각이 없었다. 그대로 그녀를 들어 어깨에 올렸다.
하지안은 세상이 뒤집히는 듯해 짧게 비명을 질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차건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멘트 가루가 묻어 값비싼 맞춤 코트가 순식간에 엉망이 됐다. 그는 개의치 않고 운전석 문을 열어 올라탔다.
하지안의 눈동자가 바짝 오므라들었다.
“대표님은 결벽증 있으시잖아요. 코트 벗으시는 게 어때요? 온통 가루예요.”
“무슨 일이야.”
차건우는 그녀 말을 받지 않고 물었다.
“저도 몰라요.”
하지안이 고개를 저었다. 눈빛이 가라앉아 있었다.
“어제 점심에 공사장에서 전화가 와서 붕괴가 났다고 했고요. 도착하자마자 구조에 들어갔어요.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에요.”
차건우는 운전대를 잡고 낮게 말했다.
“공사가 무너지는 건 보통 몇 가지야. 설계가 틀렸거나 계산이 잘못됐거나, 자재를 빼먹었거나, 시공이 부실했거나. 네 실력은 문제없어. 그러니까 원인은 자재 쪽일 가능성이 크겠지.”
하지안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확신해 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자재 규격은 전부 제가 표시했고 공사장 감독이랑 매니저한테도 분명히 전달했어요.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차건우가 입가를 살짝 비틀며 낮게 코웃음쳤다.
“세상일은 뭐든 생길 수 있어.”
하지안은 더 말하지 않고 창밖을 보았다. 스쳐 가는 밤거리를 보는데 심장이 돌덩이처럼 내려앉아 숨이 답답했다.
그 모습을 본 차건우도 말을 아꼈다. 지난이틀 동안 그녀가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고 그래서 잠시라도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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