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4화
물컵을 든 차건우의 손이 멈칫하며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
“아직은 하민아가 사모님 자리에 적합한 사람인지 저도 확신이 들지 않아요.”
차준혁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쨌든 하민아는 차씨 가문의 대를 이었고 네가 애초에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기도 해. 하지만 이건 네 결혼이니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면 일단 내려놓고 생각이 정리된 후에 다시 이야기하자...”
“...”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하민아는 벼락을 맞은 듯 머릿속이 하얘졌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아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고 속으로는 분노와 억울함이 치밀어 올랐다.
차건우는 정말로 그녀를 아내로 맞이할 생각이 없었다.
‘왜? 대체 왜!’
입술을 꽉 깨문 하민아는 화가 치밀어 미칠 지경이었다.
차씨 가문 사모님 자리만 바라보고 여태껏 노력했는데 절대 이대로 포기할 수가 없었고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할아버님도 차건우를 설득할 방법이 없는데 어떡하지?’
“아악!”
하민아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미친 듯이 목청이 찢어지도록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그녀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차동연.
잊을 뻔했다. 자기 손에 아직 한 장의 비장의 카드가 남아 있다는걸!
감정을 추스른 하민아는 차동연의 방으로 향했다.
차동연은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들어온 사람이 하민아임을 알고는 작은 머리를 돌려 뒤통수만 보여주었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그녀가 경비원에게 자신을 데리고 나가라고 하지 않았다면 하지안과 하재은도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테니 다 그녀의 탓이었다.
아이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원망이 남아 있었다.
하민아는 부드럽고 다정한 척 굴었다.
“피곤하면 얼른 자. 그림 그만 그리고.”
차동연이 차갑게 말했다.
“안 피곤하니까 나가요. 방해하지 말고.”
하민아는 주먹을 꽉 말아쥐고 애써 분노를 억누르며 차동연 옆에 앉아 부드럽게 권유했다.
“동연아, 엄마가 지금 너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
“말해요.”
“사실 엄마는 지금 무서워...”
하민아는 연기력을 동원해 불쌍한 척 굴면서 아이에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