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네. 건우 씨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하민아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건우 씨, 배 안 고프세요? 아침에 도시락을 싸 왔는데 드실래요?”
“됐어.”
차건우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두 글자를 내뱉더니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하민아는 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
“건우 씨, 어디 가세요?”
“휴식.”
역시 두 글자뿐이었다.
차건우가 떠나자 장소연이 다가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차 도련님이 널 엄청 아끼시는구나. 워크숍에 같이 오다니.”
하민아는 곁눈질로 그녀를 흘겨보다가 곧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지. 나는 차씨 가문의 미래 안주인이야. 차 도련님이 날 아끼지 않으면 저 천한 것이나 챙기겠어?”
장소연은 화들짝 놀라며 자기 입을 탁 치더니 서둘러 말을 고쳤다.
“아. 실수, 실수. 아까 다들 네 미래 남편이 차 도련님일 거라고 하더라.”
하민아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제멋대로인 미소를 지었다.
곧 이 소식은 차현 그룹전체에 퍼질 것이고 그때가 되면 누구도 그녀의 정체를 부정할 수 없을 터였다.
오늘 그녀야말로 진정한 승리자였다.
“참, 저 천한 건 어디 갔어?”
장소연이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모르겠어. 아까부터 안 보이던데. 차 도련님이 너랑 같이 온 걸 보고 구석에서 울고 있지 않을까?”
“하하. 울다가 차라리 병이라도 났으면 좋겠네.”
2층에서 차건우는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진 통창 너머로 아래의 활동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 있어야 할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자 그는 심란한 기분을 억누르지 못하고 최우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무슨 일이에요?”
곧 전화를 받은 최우성의 숨 가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야?”
“근처 골프장에서 골프 치고 있어요. 형도 올래요? 우리 둘이 한 판 붙죠.”
차건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혼자야?”
“네. 설마 다른 사람이라도 있을 줄 알았어요?”
차건우는 대답 대신 전화를 끊어버렸다.
욱신거리는 미간을 손가락으로 눌러 누그러뜨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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