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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한편 서윤성은 병원에서 며칠 내내 눈 붙일 새도 없이 한은별을 돌봤다. 그러다 더는 미룰 수 없는 긴급 군무가 생겨, 결국 부대를 비울 수밖에 없었다. 밀려 있던 업무를 처리하고 나니 어느새 다음 날이 되어 있었다. 박태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장님, 병원으로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저택으로 돌아가시겠습니까?” 서윤성은 미간을 꾹 누르며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대답하려는 순간, 박태준이 망설이다가 말을 덧붙였다. “소장님, 저택부터 한번 들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날... 조민아 씨가 친구들 대신 곤장을 전부 맞았습니다. 80대를요. 조민아 씨는 원래도 좀 몸이 약한 편인데, 지금 상태가 어떨지...” 그 말에 서윤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동공이 확 줄어들었다. “뭐라고? 조민아가 대신 곤장을 맞았다고? 그게 말이 돼? 그런 미친 짓을...”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과 덮쳐 오는 걱정이 한꺼번에 서윤성을 사로잡았다. 서윤성의 머릿속에는 조민아의 하얗고 여린 피부가 떠올랐다. 평소에 조금만 긁혀도 아프다고 투덜대고, 아픈 걸 죽기보다 싫어하고, 예쁜 걸 좋아하던 조민아가 곤장 80대를 맞았다니... 서윤성의 심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꽉 움켜쥔 것처럼 답답해졌다. 숨이 막혀 제대로 들이쉬지도 못할 만큼 괴로웠다. 그 괴로움은, 한은별이 투신했을 때나 얼음물에 빠졌을 때보다도 훨씬 더 거셌다. 서윤성은 왜 이런 감정이 드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당장 조민아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다. “저택으로 출발해. 지금 당장.” 서윤성은 거의 으르렁거리듯 명령했다. 차는 미친 듯이 속도를 올려 저택으로 달려갔다. 서윤성은 차가 멈추자마자 문을 밀치고 내렸다.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가슴을 쥐어짜는 조민아를 지금 바로 눈앞에서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데 현관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평소 친분이 있던 전우들과 동료들이 대문 앞에 잔뜩 모여 있는 게 보였다. 모두 흥분한 얼굴로 무언가를 떠들고 있었다. 그중에는 공군 조종사도 있었고, 연대장도 있었고, 심지어 외교부에서 잘나간다는 젊은 인재까지 섞여 있었다. 남성시에서 이름 좀 난 최고의 청년들이었다. “서 소장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호탕한 성격의 연대장이 서윤성을 보자마자 달려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신문에 난 게 진짜입니까?” “서 소장님, 이제 조민아 씨랑 관계가 끝난 거면, 우리도 공정하게 경쟁해도 되는 거죠? 조민아 씨를 정식으로 구애해 보려고요.” “윤성아, 조민아 씨는 너무 예쁘고 성격도 밝고 당당하잖아. 남성시의 남자 중에 조민아 씨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도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고 있었어. 예전에는 네 아내라 참고 있었는데... 이제야 숨통이 트이네.” “그러니까! 우리 좀 소개해 줘. 다들 준비 단단히 했어.” 사람들은 너도나도 떠들어 댔다. 말끝마다 조민아를 향한 호감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서윤성은 그 말들을 듣는 동안, 머리끝까지 뜨거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성의 끈이 끊어질 듯한 분노였다. “소개? 경쟁? 구애하겠다고?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서윤성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가라앉았다. 그 순간, 사람을 압도하는 살기가 서렸다. “지금 너희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고 떠드는 거야? 조민아는 내 아내야.” 사람들이 동시에 얼어붙었고 서로 얼굴만 멀뚱히 바라봤다. 가까운 사이였던 동료가 당황한 얼굴로 신문을 내밀었다. “윤성아, 너, 아직 몰랐어? 오늘 아침 신문 1면에... 너희 이혼 소식이 실렸어.” 서윤성은 신문을 낚아채듯 빼앗았다. 서윤성의 시선이 1면의 굵은 글씨에 꽂혔다. [서윤성 조민아 정략결혼 파경! 서 소장과 조씨 가문 조민아, 오늘부로 공식 이혼!] 서윤성의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귀가 윙윙 울렸다. ‘이혼? 나와 조민아가... 이혼했다고? 언제 일이지? 왜 나는 아무것도 몰랐지?’ 서윤성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조씨 가문의 나이 든 집사 강만수가 비틀비틀 걸어와 봉인된 상자를 내밀었다. 강만수의 표정은 복잡하게 굳어 있었다. “서 소장님... 이건 어르신께서 소장님께 전해 드리라고 하신 겁니다. 한은별 씨의 치료에 쓰는 특효약입니다.” 서윤성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믿기지 않는 얼굴이었다. “약이라고요? 장인어른께서 왜 갑자기 저한테 약을 내줬죠?” 강만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가씨께서 거래로 바꾸신 겁니다.” 강만수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아가씨는 어르신께 약을 소장님께 넘기라고 하셨고, 대신 조씨 가문의 모든 재산 상속권을 자진 포기하셨습니다. 그리고... 평생 다시는 남성시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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