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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한은별이 한 번 찾아온 적이 있었다. 한은별은 분명 정성껏 꾸미고 온 듯했다. 수수하고 단아한 치마 차림에, 표정에는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어떻게든 서윤성을 되돌려 보려는 기색이 묻어 있었다. “윤성아, 요즘 네가 많이 힘들어 보이더라. 탕도 끓였어. 한 숟갈만이라도...” 서윤성은 산더미처럼 쌓인 군무 서류들 사이에서 고개를 들었다. 서윤성의 시선은 잔잔하기만 했다. 그 눈빛에는 예전의 갈등도, 죄책감도 없었다. 따뜻함은 더더욱 없었다. 이미 결론을 내려 버린 사람처럼, 지나치게 차분하고 냉정한 느낌만이 남아 있었다. “은별아.” 서윤성이 한은별의 말을 끊었다. 목소리에는 어떤 기복도 없었다. “우리는 이미 끝났어.” 그 말에 한은별의 미소가 굳어 버렸고 핏기가 조금씩 빠져나가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서윤성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마치 자기와 상관없는 일을 설명하듯, 사실만 차분히 꺼내 놓았다. “예전에는 내가 어리석었어. 책임이랑 은혜를 구분도 못 하면서,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했지. 하지만 나랑 너 사이는... 내가 민아랑 결혼하기로 마음먹던 그 순간에 이미 끝났어. 나는 민아를 사랑하게 됐어.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야.” 서윤성은 순식간에 질려 버린 한은별의 얼굴을 바라봤다. 서윤성의 말투는 끝까지 차분했다. 오히려 잔인할 만큼 또렷했다. “네 병 치료에 필요한 특효약은 계속 대 줄게. 네가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그건 내가 너에게 진 빚이니까, 끝까지 책임질 거야. 하지만 그 외에... 우리 사이에 더는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까... 앞으로는 다시 나한테 오지 마.” 한은별은 온몸에서 힘이 빠진 사람처럼 휘청거렸다. 탁자 모서리를 붙잡고서야 겨우 몸을 가눴다. 한은별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서윤성을 바라봤고 이내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목소리는 날카롭게 찢어졌다. “서윤성,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우리가 그렇게 오래 쌓아 온 감정이... 조민아랑 몇 년, 그저 가볍게 만난 그 관계보다 못하다는 거야? 넌 나를 평생 책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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