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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윤성아, 미안해. 나도 몰랐어. 조민아가 왜 영안실까지 가서, 거기서 스스로 문을 잠가 버렸는지...” 한은별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떨렸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했다. “난 그냥 장난으로, 물건을 거기 두었다고 하고 찾으러 가라고 했을 뿐이야. 설마 진짜로 갈 줄은 몰랐어... 그런데 지금 경찰까지 찾아왔어. 나 불법 감금 혐의가 있다면서 말이야. 나 이제 어떡해?” 잠깐 침묵이 흘렀다. 곧이어 서윤성의 낮고 굳은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민아의 가족 명의로 경찰에 합의서 냈어. 아무 일 없을 거야. 두려워하지 마.” 조민아는 차가운 침대에 누운 채, 그 대화를 그대로 들었다. 그 순간, 심장이 칼로 갈리는 것 같았다. 숨이 막히고,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한은별이 조민아를 영안실에 가둬 얼려 죽일 뻔했는데, 서윤성은 너무도 태연하게 합의서를 써 줬다. 피가 머리끝까지 확 치솟았다. 조민아는 손 닿는 곳에 굴러 있던 누군가의 유리 약병을 낚아채, 있는 힘껏 문을 향해 내던졌다. “쨍그랑!” 잠시 뒤 병실 문이 밖에서 열렸다. 서윤성이 한은별을 데리고 들어왔다. 조민아의 창백한 얼굴을 본 순간, 서윤성의 미간이 깊게 잠겼다. 조민아는 팔로 몸을 버티며 간신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서윤성을 똑바로 겨눠 물었다. “한은별이 나를 영안실에 가둬서 얼어 죽게 할 뻔했는데... 합의서를 썼다고?” 서윤성은 조민아의 처참한 몰골을 보며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하지만 말투는 끝까지 한은별의 편이었다. “민아야. 은별이는 그냥 철이 없어서... 장난친 거야. 네가 진짜 여기로 올 줄은 몰랐던 거고.” “장난?” 조민아가 비웃음처럼 숨을 뱉었다. “서윤성, 넌 내 성격을 몰라? 난 이 일은 절대 이렇게 그냥 못 넘어가.” 조민아의 차갑고 고집스러운 눈빛을 보고, 서윤성도 조민아가 이번에 정말 제대로 화가 났다는 걸 알아챘다. 서윤성은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그럼... 너는 뭘 원해?” 조민아는 서윤성을 보지도 않고 박태준에게 명령했다. “가서 20킬로짜리 모래 조끼 가져와요.” 박태준이 잠깐 굳어 서윤성을 바라봤다. 서윤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태준은 모래 조끼를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 조민아는 서윤성과 한은별을 데리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바닥에 내려놓은 모래 조끼를 가리키며 한은별에게 말했다. “이거 메고, 병원 운동장에서 10킬로미터 뛰어. 다 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 줄게.” “뭐라고?” 한은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곧장 서윤성에게 매달리듯 시선을 보냈다. “윤성아, 나... 난 몸이 이래서... 의사 선생님도 격한 운동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 이걸 어떻게 해...” 서윤성은 즉시 조민아를 향해 말했다. “민아야, 그만해. 은별이 몸 상태는 너도 알잖아. 저러다 진짜 죽어.” 조민아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튀었다. “한은별이 날 영안실에 가둘 때는,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했어?” 한은별은 모래 조끼를 바라보며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눈물이 고였다. 그때 서윤성이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서윤성은 상의를 벗어 던지더니, 아무 말 없이 모래주머니를 자기 몸에 묶기 시작했다. “좋아. 네가 끝까지 그러겠다면... 내가 대신할게.” “윤성아, 안 돼!” 한은별이 질겁하며 소리쳤다. “윤성아, 넌 상처도 아직 다 안 나았잖아!” 서윤성은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이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 조민아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심장이 한 번에 꿰뚫린 것처럼 아팠다. 피가 쏟아지는 듯한 통증이 속에서 터졌다. 서윤성은 한은별을 위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서윤성은 한은별을 그토록 사랑했다. 서윤성이 조끼의 마지막 매듭을 조이고 조민아를 바라봤다. 눈빛에는 피로와 경고가 섞여 있었다. “내가 대신 뛸게. 다 뛰면... 이 일로 은별이 더는 몰아붙이지 마.” 조민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얼음처럼 차갑게 서윤성을 바라봤다. 서윤성은 몸을 돌려 운동장 쪽으로 걸어갔다. 그 순간이었다. 조민아가 갑자기 손을 뻗어, 옆에 서 있던 한은별을 확 잡아끌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한은별을 병원 뒤뜰의 인공 호수 쪽으로 걷어찼다. 얇게 얼음이 낀, 얼음물 같은 호수였다. “으악!” 한은별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차가운 물 속으로 빠져들었다. 서윤성이 소리를 듣고 돌아섰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서윤성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조민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조민아는 호숫가에 서서 서윤성을 똑바로 바라봤다. 눈빛은 서늘하고, 결연했다. “한은별이 얼음창고 같은 영안실을 그렇게 좋아한다면서.” 조민아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더 큰 얼음창고 하나 선물해 준 건데, 뭐가 문제야?” 서윤성의 눈에 분노가 폭발하듯 치솟았다. 하지만 따질 겨를이 없었다. 서윤성은 곧장 얼음 호수로 몸을 던졌다. 그런데 너무 급히 뛰어들다 팔꿈치로 조민아를 세게 들이받았다. 그러자 조민아는 중심을 잃고 뒤로 휘청거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조민아의 뒷머리가 단단한 바위에 처박혔다. 순식간에 눈앞이 까맣게 흔들렸다. 따뜻한 액체가 뒤통수에서 왈칵 흘러나와 차가운 돌을 붉게 물들였다. 조민아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시야가 흐릿한데도, 조민아는 똑똑히 서윤성이 얼음물 속에서 필사적으로 헤엄쳐 한은별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한은별을 품에 끌어안는 모습을 보았다. 서윤성은 다급하게 한은별 이름을 부르며 정신을 붙잡아 주고 있었다. 그리고 호숫가에서 머리가 깨져 피를 흘렸지만, 서윤성은 조민아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조민아는 손으로 상처를 눌렀다. 피가 계속 새어 나왔고 조민아는 비틀거리며 한 걸음씩 몸을 돌렸다. 통증과 어지럼을 억지로 버티며, 그 자리에서 조용히 떠났다. 그 뒤 조민아는 응급실에서 머리를 일곱 바늘 꿰맸다. 간호사가 붕대를 감아 주며 혀를 찼다. “어떻게 다치신 거예요? 서 소장님은요?” 조민아는 눈을 감은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조민아는 병동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수군거림을 계속 들었다. 서윤성이 물에 빠진 뒤 고열에 시달리는 한은별을 얼마나 곁에서 쉬지 않고 돌봤는지, 얼마나 다정하고 세심했는지... 조민아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가슴이 마비된 것처럼 아무 느낌이 없었다. 눈물 한 방울조차 나오지 않았다. 상처 실밥도 아직 풀지 않았는데, 조민아는 스스로 퇴원 절차를 밟았다. 그리고 며칠 동안, 조민아는 집에서 묵묵히 자신의 물건을 정리했다. 하나씩 상자에 담으며 완전히 떠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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