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화
진수빈은 그런 문가영을 보면서도 아무 반응도 없었다. 인사를 하려는 생각도 없는 듯 그저 무뚝뚝하게 문가영을 쳐다보기만 했다.
문가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른 위층으로 올라갔다.
함영희는 온몸이 젖은 문가영을 보면서 걱정스레 얘기했다.
“왜 비를 맞은 거야. 어제까지만 해도 수액을 맞던 애가... 괜히 감기 걸리겠어.”
이윽고 진수빈과 여민지가 들어왔다. 함영희는 진수빈이 우산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진 선생님이랑 같이 온 거 아니었어?”
문가영은 진수빈이 오늘 저녁 근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문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빨리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갔다.
문가영이 나오자 함영희가 따뜻한 물과 함께 약을 건네면서 얘기했다.
“일단 마셔. 감기 걸리지 말고.”
문가영이 컵을 받아드는 순간 진수빈이 나타났다. 무표정을 하고 있는 진수빈은 평소의 진 선생님으로 돌아온 듯했다.
진수빈의 오른팔에 난 상처를 보지 못했더라면, 문가영은 어젯밤의 진수빈과 오늘 병원에서의 진수빈이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믿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 상처는 어젯밤 문가영이 실수로 낸 자국이었으니까 말이다.
진수빈은 차가운 눈빛으로 문가영을 보면서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얘기했다.
“12번 환자 채혈부터 해요.”
문가영이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하려는데 함영희가 먼저 나섰다.
“제가 갈게요. 가영 씨는 일단 약부터 먹고 좀 쉬어요. 아까 비를 맞았잖아요.”
말을 마친 함영희는 진수빈을 보면서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렸다.
“우산을 씌워주지도 않는 사람 말을 왜 들어야 하는지...”
함영희는 채혈 준비를 마치고 떠났지만 진수빈은 여전히 간호사실에 남아있었다.
문가영을 쳐다보던 진수빈이 물었다.
“어떻게 동정심을 사야 하는지 잘 아네요. 이번이 두 번째고.”
저번에는 위가 아프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비에 젖어서 왔다.
진수빈은 멍청한 사람은 딱 질색이었다. 멍청하고 또 이기적인 사람은 더더욱 질색이었다.
문가영이 바로 멍청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진수빈은 문가영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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