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화
문가영이 말문이 막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여민지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간호사는 소위 말하는 공감 능력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우리 의사들은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는 경험과 기술이 더 중요해요.”
덤덤하게 말하는 것 같아도 한 마디 한 마디가 눈에 띄지 않게 경멸을 담고 있었다.
그게 문가영을 불편하게 만들어 그녀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반박하려는데 진수빈이 끼어들었다.
“여 선생님, 12번 환자 CT 아직 안 찍었으니까 얼른 가보세요.”
여민지는 무표정한 얼굴로 문가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
진수빈은 가지 않고 무언가를 탐색하는 듯한 눈빛으로 문가영을 바라보다가 잠시 후 말했다.
“그런 의미 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건 어때?”
어떻게 보면 진수빈도 완벽주의자였다. 업무상 실수를 저지르는 건 그에게도 멍청한 행위로 보였다.
다만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간섭하지 않는 사람이라 한 사람 때문에 계속 논의하는 것조차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문가영은 조금 전 여민지 앞에서 꾹 눌러 담았던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눈물이 눈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며 고통스러운 얼굴로 진수빈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유리 조각처럼 투명했다.
“당신 눈에는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무의미하고 시간 낭비인 거죠? 난 당신들처럼 똑똑하지도 않고, 멍청하고, 그저 간호사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진수빈 씨, 나도 슬프고 속상해요. 난 바보가 아니라 단지...
단지 당신을 좋아하는 것뿐이라고.
문가영은 뒷말을 미처 내뱉지 못하고 그대로 고개를 돌려 떠나버리고 말았다.
며칠 동안 가슴에 억눌러있던 울분이 한순간에 폭발했다.
눈물이 멈출 줄 모르고 흐르는데 감히 누구에게도 내색할 수 없어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최대한 빨리 걸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퉁이를 돌았을 때 실수로 한 사람과 부딪혔다.
상대방이 끙 소리를 내자 문가영은 무의식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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