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5화

진수빈의 뒷담을 하다가 걸린 것이지만 임슬기는 아무렇지 않아 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뭐 틀린 말이라도 했어? 가영이는 네 약혼녀야. 하지만 넌 네 약혼녀를 존중하지 않잖아.” 임슬기의 말을 들은 문가영은 시선을 내리고 입술을 잘근 씹었다. 이 상황에 진수빈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진수빈은 차가운 시선으로 문가영을 훑어보았다. 임슬기가 차갑게 코웃음 쳤다. “그렇게 보지마. 가영이가 나한테 고자질한 건 아니니까. 진수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 가영이가 힘들 때 네가 도와준 적이 있어? 넌 오히려 문씨 가문에서 되찾은 그 딸이랑 친하게 지내잖아. 하지만 우리는 아직 가영이와 파혼한 게 아니야. 그런 와중에 가영이 언니랑 친하게 지내는 건 좀 너무하지 않아?” 임슬기의 말에 진수빈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 진수빈이 차갑게 얘기했다. “파혼하겠다고 한 적 없어요.” 모든 사람들은 진수빈이 문가영과 파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수빈은 그 점이 이해되지 않았다. 문가영을 뚫어지라 쳐다보는 진수빈은 문가영이 임슬기에게 뭐라고 할지 생각 중이었다. 하지만 문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수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어두운 표정으로 문가영을 바라보았다. 오후의 회의 때문에 진수빈은 병원이 아닌 성서에서 왔다. 병원에서 문가영을 데리고 같이 오고 싶었지만 문가영이 이미 떠났다는 소식만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헛수고를 한 것 때문에 짜증이 나 있었는데 지금 문가영의 태도를 보니 더욱 화가 났다. 그리고 하필 이때, 문소운과 구혜림이 여민지를 데리고 들어왔다. 문소운은 선물을 여민지더러 들게 하고 얘기했다. “민지야, 얼른 이모님한테 인사드려.” 여민지는 옆에 있는 임슬기와 진수빈을 흘깃 쳐다보고 선물을 임슬기에게 주면서 얘기했다. “이모님 안녕하세요. 생신 축하드려요.” 문씨 가문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집에 찾아온 손님을 내쫓을 수는 없었다. “고마워요. 저쪽에 놓으면 돼요.” 여민지는 약간 표정이 굳어버렸다. 구혜림은 본인의 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