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9화

영이의 목소리는 천진난만하고 어리숙했지만 아주 또렷했다. 문가영의 몸이 살짝 굳어지며 입술을 살며시 깨물더니 잠시 당황한 표정이 얼굴에 번졌다. 진수빈이 그녀를 계속 보고 있었다고? 의아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를 돌아보지 않고 여전히 종이비행기 접는 데만 몰두했다. 다만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을 뿐. 진수빈은 영이가 말을 꺼낼 때부터 이미 하던 행동을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태연했다. 그는 영이를 힐끗 보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괜히 의심하지 마. 난 잘못한 게 없어.” 말을 마친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가영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언제 갈 거야?” 시간은 벌써 저녁이 되었고 그들은 오후 내내 이곳에 머물렀다. 문가영이 눈에 띄게 자신을 피하고 무시하는 게 느껴졌지만 그런 그녀의 행동이 유치하고 의미 없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보육원에 오기로 약속했으니 오전에 일이 생겼어도 끝난 다음 바로 이곳에 왔는데 뭐가 그렇게 불만인 걸까. 진수빈의 인내심은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문가영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갈 거야, 말 거야? 시간 낭비하지 마.” 보육원에 오기 위해 차트 분석도 미뤘는데 이미 약속을 지켰으니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종이비행기 하나를 접어서 아이 손에 넣어준 문가영은 고개를 들어 진수빈을 바라보았다. 어렴풋이 싸늘해진 그의 눈매를 보니 안 가겠다는 말 한마디면 바로 뒤돌아 가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문가영은 그를 슬쩍 바라보기만 하고 다시 고개를 떨군 채 이번에는 장미꽃을 접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지막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먼저 가요. 난 애들이랑 더 있고 싶어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노블 직원과 기자들은 진작 가버리고 마당에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장식들만 남아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버린 지금 남아있는 장식품이 오히려 더 쓸쓸해 보였다. 문가영은 아이들에게 너무 큰 허전함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 저녁이라도 함께 먹고 떠날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