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7화

말을 마친 여민지는 진수빈을 보면서 얘기했다. “나는 너희 두 사람을 갈라놓는 그런 나쁜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아. 마침 네 여자 친구가 옆에서 감시해 준다면, 나는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아.” 문가영은 입술을 꽉 씹었다. 이건 저번에 수술실 앞에서 일어난 일을 비웃는 것이다. “괜찮아.” 진수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알아서 돌아가면 돼.” 진수빈은 문가영을 보면서 얘기했다. “어머님께 전화해. 떠난 지 얼마 안 됐으니 널 데리러 돌아올 수 있을 거야.” 문가영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 “수빈 씨는요?” 진수빈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을 이었다. “병원으로 가서 환자 상황 좀 보고.” 말을 마친 그는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바로 여민지와 함께 자리를 떴다. 멀어져가는 두 사람을 보면서 문가영은 여민지가 진수빈에게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뭣 하러 설명을 해.” 진수빈은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괜히 복잡해질 수 있으니까.” 문가영은 총명하지도 않고 헛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니 무슨 일인지 확실히 말해두고 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괜한 오해로 싸우게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진수빈은 문가영에게 시간을 많이 쏟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확실히 하기로 했다. 문가영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기만 하면 80%의 모순을 없앨 수 있다. 그게 바로 진수빈이 발견한 규칙이었다. 모순이 없으면 굳이 달래주지 않아도 되니까. 문가영을 달래는 건 진수빈에게 있어서 시간 낭비였다. 진수빈은 또리라는 강아지를 떠올리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 시간이 너무 늦었기에 문가영은 어쩔 수 없이 임슬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임슬기는 돌아와서 문가영을 차에 앉히고 조금 굳은 표정으로 얘기했다. “뭐가 그리 바쁘다는 거야! 병원에 의사가 걔 한 명인 것도 아니고. 여민지도, 이 밤에 남자 한 명 때문에 공항까지 나온 거야? 정말 어이가 없네.” 진경수가 얘기했다. “그만해. 여민지도 일 때문에 온 거잖아.” 임슬기는 눈을 흘겼다. 문가영은 이 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