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6화

여민지가 짧게 대꾸했다. “부모님 쪽에 일이 생겨서 오늘 저녁에 오라고 하시네요.” 그녀가 말한 부모님은 양부모님이었다. 사실 여민지는 문씨 가문에 돌아온 이후에도 호칭을 바꾸지 않았다. 진수빈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가 데려다줄게.” ... 문가영은 택시가 아닌 버스를 타고 갔다. 하나는 문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문소운의 협박에 문가영의 머릿속에는 둔탁한 경종이 울렸다. 이제 그녀는 가난할 뿐만 아니라 모든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했다. 문소운이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녀를 굴복시키기 위해서였다. 여전히 노블 재단에서 허위 조작한 사실에 집착한다는 걸 알고 이런 식으로 무너뜨리려는 거다. 버스가 흔들리며 달리는 사이 문가영은 많은 생각에 잠기며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문씨 가문에 가서 제일 먼저 마주친 사람이 진수빈일 줄이야. 진수빈은 메시지에 답장하는 듯 작은 분수대 옆에 서서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착한 문가영의 인기척에 그가 시선을 들어 이쪽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늦지 않은 해 질 녘 저녁에 진수빈은 평소처럼 흰 셔츠를 입고 맨 윗단추까지 꼼꼼하게 채운 모습이었다. 고개를 들어 문가영을 바라보는 순간 차가운 그의 눈가에 주황빛 노을이 비치며 다소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이내 그마저도 사라지고 없었다. 문가영은 손으로 옷자락을 움켜쥐며 순간 들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다. 가만히 서 있는 그녀에게 진수빈이 불쑥 말을 꺼냈다. “주 비서님이 서류 가져다줬어.” 문가영은 뒤늦게 또리에 관한 서류라는 걸 알아차렸다. 시선을 내린 그녀는 마음속에 들끓는 감정을 자제하며 천천히 말했다. “고마워요. 가지러 갈게요.” 그녀를 내려다보며 진수빈이 차분하게 말했다. “어디서 가질 건데?” 당황하는 문가영을 진수빈은 바라보고만 있었다. 깊고 어두운 그의 눈동자에선 아무런 생각도 읽을 수 없어 의견을 물어보듯 상의하는 어투로 물었다. “아파트로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