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0화

진수빈은 가만히 문가영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계속 정답만 피해 가는 이 느낌이 그를 조금 짜증 나게 했다. 문가영이 멍청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화가 날 정도로 멍청할 줄은 몰랐다. 문가영도 진수빈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사과도 고맙다는 인사도 다 했는데 대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결국 그녀는 따뜻한 색감의 부드러운 집 안을 둘러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집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업체 불러서 처리하거나 제가 지금 도와서 정리할 수도 있어요.” 진수빈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지며 손을 들어 소매 단추를 풀더니 셔츠 단추도 몇 개 더 풀자 탄탄한 가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시선을 내린 그가 말 없는 문가영을 향해 다가갔다. 문가영은 진수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박감을 예민하게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다가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고개를 들어 진수빈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엿보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위험한 느낌 말고는 아무것도 보아내지 못했다. 진수빈이 이렇듯 날카로운 공격성을 드러내는 건 실로 드물었다. 마치 뼛속 깊이 잠재되어 있던 야성이 꿈틀거리며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려는 것 같았다. 진수빈이 다가오기까지 불과 몇 걸음만 남겨두고 문가영은 바로 뒤돌아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두 걸음도 못 가서 진수빈에게 손목이 잡히고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그의 앞으로 끌려갔다. 문가영이 내민 두 손이 마침 그의 드러난 가슴에 닿아 뜨끈한 열기에 손끝이 화끈거렸다. 문가영의 맑은 눈동자는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진 듯 혼란스럽게 파문이 일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피하자 진수빈이 턱을 잡고 돌려서 억지로 자신을 보게 했다. 늘 자제하며 차분하게 대처하는 게 그의 원칙인데 매번 문가영 앞에선 여지없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대체 문가영이 왜 그렇게도 수없이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늘 침착하고 차분하던 머리가 문가영 때문에 흐트러지는 지도. 진수빈은 속으로 이런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