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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온 힘을 다해 피부를 문지르며 그 흔적을 모두 씻어내고 싶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멍은 지워지지 않았다. 팔, 허리, 목, 얼굴, 곳곳이 멍투성이였다. 문가영이 결국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얼굴을 감싸자 욕실 한가운데서 억눌린 흐느낌이 울려 퍼졌다. 그동안 참아왔던 서러움이 이 순간 전부 터져 나왔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왜 갑자기 모든 게 그녀 탓이 된 걸까. 갑자기 속에서 역겨움이 치솟아 문가영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벽을 붙잡고 헛구역질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토하지 못하고 눈물만 더 세게 흘렸다. 문밖에서 진수빈은 안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을 들으며 늘 차분하던 얼굴에 눈에 띄는 분노가 드리웠다. 아래로 내려왔을 때 그 중년 남자에게 꽉 안겨 있던 문가영의 모습이 떠오르며 어둡고 깊던 그의 동공은 순식간에 적개심으로 가득 찼다. 욕실에서는 물소리에 감춰진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그녀는 우는 것조차 이토록 조심스러웠다. 진수빈은 순간 무언가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느낌이 들며 이내 뒤돌아 서재로 향했다. ... 난리통을 겪은 문가영은 39도 고열에 시달리며 내내 열이 내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진예은에게 돌아가고 싶었지만 진수빈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젠 더 다투기도 싫었다. 아파서 온몸이 나른해지며 무엇에도 흥미를 보이지 않은 채 하루의 대부분을 멍한 상태로 보냈다. 그 결과 불과 며칠 만에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폭삭 야위었다. 함영희와 장연수는 거의 매일 그녀를 찾아왔고 함영희 말로는 그 부부가 아직 풀려나지 못하고 경찰서에 구금되어 있다고 한다. 장연수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오면, 그 사람들, 죽었어!” 함영희는 문가영을 바라보며 무심한 척 말을 건넸다. “누군가 경찰에 얘기한 것 같아. 보통 이런 상황이면 금방 풀려났을 텐데... 근데 누구인지 모르겠단 말이지.” 남몰래 진수빈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지만 문가영에게 그런 말까지 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또 한 가지 문가영에게 차마 못 한 말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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