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9화

그의 말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문가영을 빤히 바라보는 눈빛은 유난히 진지했다. 마치 그녀의 모든 표정을 읽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문가영은 또리를 품에 안고 입술을 깨물었다. “짐 다 가져왔네요.” 함영희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슨 사람이 저렇게 제멋대로 다 결정해. 가영 씨, 저 사람은 믿음직스럽지 못하니까 정 안 되면 우리 집에서 지내도 돼.” 이미 자리에서 일어난 장연수는 진수빈에 대한 불만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우리 집으로 가!” 진수빈의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으며 말했다. “네 안전을 위해서 이러는 거야.” 문가영은 고개를 저으며 함영희와 장연수를 바라봤다. “괜찮아. 여기 있어도 어차피 똑같아. 오히려 여기가 더 조용해.” 진수빈 본인도 삶의 질에 대해 매우 까다로운 사람이라 처음 집을 살 때 프라이버시와 보안이 매우 뛰어난 고급 아파트를 구입했다. 이곳에서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외출하지 않는 한 문가영은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함영희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에 더 설득하지 않고 장연수와 함께 한참을 더 있다가 자리를 떠났다. 장연수는 떠나기 직전까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문가영을 계속 뒤돌아보다가 진수빈에게 경고했다. “괴롭히지, 마요.” 두 사람이 떠나자 집안은 조용해졌다. 문가영은 또리를 껴안고 일어나 방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러다 진수빈의 손에 들려 있는 캐리어를 보고는 손을 뻗어 가져가려는데 진수빈이 넘겨주지 않았다. 그는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방에 놔.” 문가영의 손이 멈칫하며 몸도 흠칫 떨렸다. 그녀가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 “됐어요.” 진수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문가영이 무서워할까 봐 걱정돼 지난 며칠간 매일 퇴근 시간에 맞춰 늦지 않게 돌아온 것이다. 겁을 먹고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했기에 그냥 내버려두고 강아지까지 데려왔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었기에 진수빈은 문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일도 열이 안 떨어지면 병원에 가서 검사해야 해.” 문가영은 나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