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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그는 문가영에 대한 이런저런 일들에 신경 쓰지 않았고, 그저 그녀의 일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랐다. 진수빈을 언급하자마자 그가 돌아왔다. 현관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문가영은 함영희와 통화를 마치고 아무 말 없이 진수빈이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진수빈은 손에 든 물건을 건넸다. “오는 길에 들렀어.” 문가영이 좋아하는 케이크 가게였다. 진수빈은 초콜릿케이크를 가져왔고 문가영은 케이크를 받으면서도 기뻐하지 않았다. 권동해 사건 이후 진수빈은 거의 매일 작은 선물을 가져다주곤 했는데 케이크일 때도 있고 과일일 때도 있었다. 문가영은 그가 자신을 달랜다는 걸 잘 알았다. 언젠가 그녀가 웃으며 더 이상 권동해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말하길 기다리겠지. 진수빈은 문가영의 얼굴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결국 문가영이 먼저 말을 꺼냈다. “권동해 사건에는 진전이 있어요?” 진수빈의 눈빛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말했다. “저번에 쓰러진 후로 아직 응급 상황이라 아직은 그런 얘기를 꺼내는 게 적절하지 않아.” 문가영이 시선을 내렸다. “그러면 언제 적절한데요?” 진수빈의 검은 눈동자가 살짝 가라앉으며 잘생긴 얼굴에 서서히 냉기가 감돌았다. 누군가의 지시와 강요를 받는 걸 싫어하는 그였다. 특히 지금 문가영은 이번 일에 우위를 점한 갑으로 둔갑해 계속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는 눈가에 번지는 감정을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문가영에게 말했다. “그렇게 서둘러도 소용없어. 의사인 나한테는 목숨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일이 이 지경까지 됐는데 문가영이 더 고집을 부리면 다른 사람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인 것처럼 보일 것 같았다. 그녀는 진수빈을 바라보며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여민지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여민지가 먼저 나서서 연락을 해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여민지는 그녀와 만나고 싶다고 말했고, 문가영은 권동해 사건 때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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