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화

“수빈 씨의 무관심과 여민지 씨한테 향한 편애가 수빈 씨는 저랑 헤어지고 싶다고 저한테 말해주고 있었어요.” 문가영은 애써 감정을 억누르려 했지만 결국은 참지 못했다. 그녀는 진수빈의 냉담한 태도를 수없이 참아왔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얼굴이 휙 들어 올려졌다. 진수빈의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이를 악물며 낮고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난 너랑 헤어지길 바란 적 없어.” 그의 모든 행동은 그가 세운 기준안에서 움직였을 뿐이었다. 여민지를 편애한 것이 아니라 그저 본인이 옳다고 믿는 쪽을 선택했을 뿐이었다. 문가영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말했다. “하지만 수빈 씨가 실제로 한 행동은 그런 뜻으로밖에 안 보였어요.” 문가영은 주먹을 꽉 쥐며 떨리는 목소리를 다잡았다. 가슴속에서 쓰라린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진수빈의 마음도 왠지 모르게 꽉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방식에서 틀린 행동은 없었기에 문가영에게 사과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우지가 때로는 고개를 숙여야 할 때도 있다고 했지만 진수빈은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사과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문가영은 이 상황을 계속 끌고 가고 싶지 않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변호사 연결해 주시고 출퇴근도 데려다주고... 진수빈 씨, 도대체 저한테 원하는 게 뭐예요? 그냥 솔직하게 말해주시면 안 돼요?” 그녀는 더는 혼자 힘들게 추측하고 싶지 않았다. 진수빈은 그녀의 질문에 순간 멈칫했다. 그는 자신이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방우지의 조언 때문에 그런 행동들을 하게 된 것이었다. 변호사를 연결해 준 건 자신이 그녀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고 출퇴근을 시켜준 건 남자 친구로서의 도리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건 그가 문가영에게 들려주고 싶은 답이 아니었다. 진수빈은 이런 문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