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1화

진수빈의 시선이 문자 메시지에 고정됐다. 깊게 가라앉은 눈빛은 흐릿하고 어두웠다. 그는 다시 손목을 내려다봤다. 여전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짧은 고민 끝에 그는 곧장 진씨 가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임슬기는 그를 보자 마음이 복잡해졌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양자였지만 어릴 적부터 정성을 들여 키운 아이였다. 진수빈이 예전처럼 가볍게 인사만 하고 돌아설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 사람, 오늘은 어때요?” ‘그 사람’이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임슬기는 거의 매일 문가영과 연락하며 그녀의 안부를 챙기고 있었다. 임슬기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못 참겠다는 듯이 말했다. “네가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가영이한테.” 진수빈은 고개를 숙이며 짧게 대답했다. “요즘 좀 바빠서요.” 그 말에 임슬기의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예쁘고 성실한 며느릿감인 문가영을 놓쳐서 기분이 좋을 리 없었던 그녀는 진수빈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너는 맨날 바쁘다 바쁘다 하더니. 약혼자를 놓쳤는데도 바쁘다는 소리가 나와? 그렇게 바빠서 얻은 게 뭐야? 아직도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어? 수빈아, 정말 바보인 거야? 아니면 바보인 척을 하는 거야?” 그녀가 이렇게 길게 쏟아낸 건, 속에 쌓인 게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의 진수빈은 예전과 달랐다. 그저 눈을 떨구고 모든 꾸짖음을 묵묵히 받아냈다. 그때, 서재에서 진경수가 나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수빈아, 서재로 들어와. 할 얘기가 있어.” 진수빈은 그를 따라 서재 안으로 들어섰다. 문이 닫히자마자 진경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문씨 가문 사정을 너도 알잖아. 문 회장님이랑 여민지가 미친 듯이 유씨 가문이랑 가영이를 물고 늘어지고 있어.” 진수빈의 손바닥이 서서히 움켜쥐어졌다. “그 사람들, 유씨 가문을 절대 못 이깁니다.” “그래, 유씨 가문은 못 이기지. 하지만 거기에는 가영이도 있고, 손 교수님도 계셔.” 진경수는 이마를 짚으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수빈아, 세상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