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4화

진수빈은 문가영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문가영은 금세 얼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왜 내가 병원에 가야 하는 거죠?” 진수빈은 침착하게 답했다. “지금 네 상태,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빨리 치료받는 게 좋을 거야. 심리 상담 예약도 해놨고.” 진수빈은 어릴 때부터 문가영과 함께 자라서 그녀를 꽤 잘 아는 데다, 의사로서의 직감도 예리한 편이었다.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아픈 걸 숨기고 피하면 상태가 더 나빠질 뿐이야. 겁내지 마, 내가 옆에 있을게.” 진수빈의 날카로운 눈빛은 그녀 마음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문가영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더니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수빈 씨 도움 필요 없어요. 그리고 나는 아무 문제도 없다고요.” 유정원은 문가영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는 앞에 딱 서서 말했다. “진 선생님, 쓸데없이 참견 좀 그만하시죠. 누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 둘째 치고, 병원 가는데 당신이 꼭 따라올 필요는 없잖아요.” 하지만 진수빈은 흔들리지 않고 계속 문가영을 바라봤다. 검은 코트를 입은 그는 예전의 차가운 모습 대신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문가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오히려 따뜻했다. “다른 의도는 없어, 가영아. 제발 내 말 좀 들어줘. 검사만 같이 받자.” 진수빈의 검은 눈동자에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문가영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문가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유정원에게 먼저 돌아가라고 했다. “나 수빈 씨하고 좀 이야기할게요.” 유정원은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문가영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진수빈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수빈 씨가 지금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죄책감 때문일 수도 있고, 다른 이유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나는 정말 수빈 씨 도움이 필요 없어요.” 진수빈은 손가락에 힘을 살짝 줬다. 아직도 자신과 거리를 두려 애쓰는 문가영을 바라봤다. 진수빈은 가슴 깊은 곳에서 답답하고 쓰라린 감정이 다시 밀려오는 걸 느꼈다. 그는